[김영란법 산파역 김기식 前의원]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영란법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뉴스1
의원들도 부정청탁 거부 명분
의정활동 방패막이 돼 줄 것

“이제 국회의원도 부당한 민원을 부탁하고 그 대가로 알게 모르게 피감 기관을 봐줬던 악습이 근절될 것이다.”

19대 국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제정에 산파 역할을 했던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김영란법이 국회의원의 떳떳한 의정활동을 가능케 하는 합법적인 방패막이가 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역시 부정청탁을 거절할 명분이 생긴 만큼, 각종 민원과 청탁을 ‘보험’ 삼아 물밑에서 음성적으로 주고 받았던 뒷거래 식 입법 활동은 원천 차단된다는 점에서다.

김 전 의원은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활동 당시 피감기관인 한 은행의 고위 간부가 ‘왜 의원님은 따로 민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느냐’고 도리어 청탁을 해달라고 먼저 요청한 경험을 예로 들었다. 당시 정무위 소속 의원들에겐 지역구 유권자들이나 지인, 토착 기업들로부터 이른바 ‘대출청탁’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를 피감기관에 전달할 경우 피감기관은 오히려 국회의원의 민원을 들어줬다는 것을 빌미로 자신들에게 우호적이거나 유리한 입법 활동을 의원들에게 요구한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피감기관들에겐 빚진 게 없는 국회의원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고 강조했다.

부정청탁 금지 대상에서 국회의원이 빠졌다는 주장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적극 반박했다. 국회의원 역시 각종 인허가 처리 및 인사 개입 등 14가지 부정청탁을 금지한 김영란법의 명백한 적용 대상이며, 이를 어길 시 똑같이 처벌받는다는 것이다.

다만 논란이 되는 것은 국회의원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에 대해선 예외조항으로 허용하고 있는 점이다. 국민들의 정당한 민원 제기 통로를 봉쇄하지 않기 위한 취지지만, ‘공익적 목적’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국회의원 특권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고충민원의 경우 행정기관의 위법ㆍ부당하거나 소극적인 처분으로 국민들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에 한정한다고 분명히 명시해 놨다”고 해명했다.

김 전 의원은 김영란법의 성공 요건으로 시행 초기에 불법 사례를 엄격히 적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로 눈감아 주고 넘어 가자는 기류로 변질되면 법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가 경각심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자발적 신고를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도 중요하다. 김 전 의원은 “제도의 변화가 의식의 변화로 연결되지 않으면 각종 편법이 생겨나기 마련”이라며 “고위공직자들이 부당한 업무 지시를 했을 때, 하위직 공무원들이 단호하게 거부하고 신고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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