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하폭보다 커
소비자에 부담 떠넘기기 비난
공정위, 담합 여부 조사나서
지난 6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일제히 예ㆍ적금 금리를 내렸던 시중은행들이 최근 약속이나 한 듯 또 다시 예ㆍ적금 금리를 거푸 내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기준금리 인하폭(0.25%포인트)보다 더 많이, 그것도 비슷한 시기에 우르르 수신금리를 내리는 행태를 두고 소비자에게 수익 악화 부담을 지나치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9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25%로 내린 후, 시중은행들은 최근 두 달 새 1~3차례씩에 걸쳐 예ㆍ적금 금리를 잇따라 내리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수신금리를 가장 많이 낮춘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6월13일 수신금리를 한차례 내린 데 이어 지난 1일에도 금리를 또 다시 내리면서 두 달 만에 수신금리를 0.1~0.7%포인트나 낮췄다. 하나은행의 수시입출금식 통장인 ‘하나BIGPOT스마트자유예금’의 금리는 연 1.7%에서 1%로 0.7%포인트 내렸고, 연 1.8%였던 적금 상품은 두 번 연속 금리를 내리면서 1.4%로 내려앉았다. 상품에 따라 많게는 기준금리 인하폭의 3배에 가깝게 이자를 깎은 셈이다.
KB국민은행도 두 달 새 수신금리를 세 차례나 낮췄다. 지난 6월 16일 예금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내린 데 이어, 6월20일 10개 예금상품 금리를 일제히 0.1~0.3%포인트 추가로 내리면서 일부 상품(골든라이프연금예금)의 금리 인하폭은 0.5%포인트에 달했다. 우리은행 역시 같은 기간 수신금리가 0.1~0.5%포인트 내려갔다. 1년 만기 금리가 연 1.7%였던 레드몽키스마트정기예금은 지난 6월10일 1.5%로 내려간 데 이어 최근 0.3%포인트 추가로 내려가 1.2%로 추락했다. 금융권은 조만간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도 뒤따라 수신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한 곳이 수신금리를 내리면 다른 은행들이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수일 간격으로 금리를 따라 내리는 행태에도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실제 우리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다음날(6월10일) 수신금리를 내리자 다른 은행들은 3~5일 간격으로 수신금리를 내렸다. 지난달 29일 우리은행이 수신금리를 낮추자 3일 뒤 하나ㆍ국민ㆍ농협은행이 역시 일제히 수신금리를 낮췄다.
마침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시중은행을 상대로 예금금리 담합 여부를 조사 중이다. 2014년 연 2.5%였던 기준금리가 최근 1.25%까지 내려가는 동안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큰 폭으로 내리면서도 대출금리 인하 수준은 미미했다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사실상 대형 시중은행이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영업 행태는 그간 제기된 담합 의혹을 키울 뿐 아니라 금융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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