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날개에 부목을 덧댄 아기새가 힘차게 하늘로 날아오른다. 사랑스러운 곤충 친구들이 수풀 사이를 신나게 달리며 아기새의 비행을 응원한다. 그 위로 비틀스의 노래 ‘블랙버드(Blackbird)’가 잔잔하게 흐른다. ‘어둠 속에서 검은 새가 노래하고 있어요. 부러진 날개로 날아오르는 법을 배우려 해요….’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제작한 어린이 애니메이션 ‘비트 벅스(Beat Bugs)’의 한 장면이다. 동심을 자극하는 깜찍한 캐릭터와 귀에 익은 비틀스의 음악이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감흥을 선사한다.
‘비트 벅스’의 기획과 각본, 연출, 제작을 맡은 호주 출신 조쉬 웨이클리 감독은 최근 열린 내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개별적인 존재지만 모두 함께 있을 때 더 큰 사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작품의 의미를 짚었다.
8월 공개되는 ‘비트 벅스’는 사고뭉치 다섯 친구가 수풀이 우거진 뒤뜰을 탐험하면서 삶의 교훈을 깨닫는 이야기를 그린다. 3년간의 노력 끝에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노던 송스(Northern Songs)’ 리메이크 판권을 인수한 웨이클리 감독은 비틀스의 노래 가사를 바탕으로 에피소드를 구상했다. 영국의 록가수 로드 스튜어트를 비롯해 핑크, 에디 베더, 시아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리메이크 녹음에 참여했다. 웨이클리 감독은 “비틀스의 노래는 저마다 다른 의미를 담고 있지만 결국엔 어떠한 순간에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용기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호주 TV시리즈 ‘로키 레오나드’로 호주 AFI 영화상(Austrailian Film Institute Award)에서 최고 어린이 드라마상을 수상한 웨이클리 감독은 ‘뽀로로’, ‘번개맨’, ‘타요’ 시리즈 등 토종 캐릭터가 장악한 한국의 어린이 콘텐츠 시장에 대해서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며 “한국에는 픽사급의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 작품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제작사와 뛰어난 인력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한국은 혁신적이고 우수한 문화적 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다”라며 연신 감탄하기도 했다.
‘비트 벅스’의 다섯 캐릭터에 대해 “장난기 많고 모험심 있는 아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 설명한 웨이클리 감독은 “우리 다섯 친구들이 드디어 한국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니 너무나 흥분된다”며 “한국 어린이들도 ‘비트 벅스’의 캐릭터들과 함께 인생의 교훈을 얻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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