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1일 발생한 테러로 일본인 7명이 숨지자 일본 열도가 깊은 충격에 빠졌다. 피해자들은 방글라데시의 발전을 위해 일해온 민간 기술자들이어서 일본 국민은 강한 분노와 함께 이슬람극단주의에 대한 공포를 실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국내에선 테러조직을 상대하기 위한 정보기관의 신설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3일 “테러 이후 안부가 확인되지 않던 일본인 7명(남성 5명ㆍ여성 2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통한의 극치이며 지극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잔혹하고 비인도적 테러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면서 테러 세력에 “단호히 항의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장례절차를 위해 3일 정부 전용기를 다카로 보냈다.
희생자들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가 추진중인 방글라데시개발협력 프로젝트에 관여해온 컨설턴트업체 사원들이다. 인구증가에 의한 다카의 교통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현지에 들어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휴일에 날아든 비보에 열도는 애도 분위기로 급속히 가라앉았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정말 분하다” “해외에서 일본인의 안전을 정부가 지켜줄 수 있느냐”는 등 애도와 분노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실제 일본인이 해외에서 테러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건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프리랜서 언론인 고토 겐지 씨 등 2명이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살해됐고, 3월에는 튀니지 박물관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테러로 일본인 관광객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슬람 과격단체에게 일본인은 아직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경고는 물론 미국을 따르는 우방진영 확대를 막기 위한 효율적인 타깃이란 분석이다. IS는 지난해부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주재하는 일본인을 공격대상으로 발표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정부내 국제테러정보를 전담하는 ‘일본판 CIA(미국 중앙정보국)’창설 방안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여론이 해외정보 조직의 필요성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자민당내에선 지난 12월 발족한 외무성 ‘국제테러정보수집유닛’을 일본판 CIA 수준의 조직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번 사건으로 참의원선거전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스가 관방장관이 2일 오전 기자회견을 한 뒤 곧바로 니가타(新潟)현 유세장을 다녀온 게 불씨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지역구를 다니느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불참한 데 대해 야당이 일제히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홋카이도 지원유세를 취소하고 관저로 돌아왔던 아베 총리도 하루만인 3일 지바현과 도쿄 유세에 참여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진당 대표는 “위기관리에 대한 정상적 감각을 잃었다”고 비판했고, 연립여당인 공명당에서도 “일본인의 생명과 안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선거응원이 더 중요하냐”는 비판이 나왔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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