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책임자로서 회피 않겠다”
여론 급변에 자기책임론 거론
정치자금 비리에 당내 알력 다툼
비판하던 기존 정치와 판박이
최측근 말만 듣다 사건 키운 셈
실망한 호남 민심도 계속 이탈
지도부 사퇴도 해결책 못 될 듯
국민의당 4ㆍ13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으로 당의 얼굴인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가 가장 큰 상처를 입었다. 자신의 최측근인 박선숙 의원이 사법처리의 기로에 서는 등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건 정계 입문 이후 처음인 데다, 불법 정치자금과 당내 알력 다툼이 국민의당의 기치인 ‘새정치’와 정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안 공동대표가 28일 “당의 최고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회피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번 사태를 두고 당내에선 “창당 직후 제기된 안 공동대표의 ‘사당(私黨)’논란에서 비롯된 예고된 사고였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의당은 지난 2월 창당 이후 김한길 전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탈당파의 합류와 천정배 공동대표가 이끌던 국민회의와의 합당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외견상 ‘삼두마차’ 체제였으나, 총선 직전 야권통합 논란 과정에서 안 공동대표가 “통합은 없다”는 자신의 뜻을 관철하면서 당내 세력간 균형추가 안철수계로 급격히 기울었다. 김한길계와 천정배계의 입지는 좁아졌고, 안철수계 내에서도 박 의원 등 일부가 당의 정보와 권한을 독점했다. 이에 반발한 일부 당직자들이 안 공동대표에게 투서를 보냈지만 마땅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중앙선관위와 언론 등에 제보로 이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안 공동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할 때 비판한 친노 패권과 같은 계파갈등이 국민의당에서 고스란히 재연된 셈이다.
여기에 이번 사건 처리 과정에의 공동대표의 리더십도 도마에 올랐다. 총선 이전부터 인지했음에도, 박 의원의 해명만 듣고 서둘러 봉합한 것이 사건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선관위 고발 이후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했지만, “당으로 유입된 돈이 없다”는 해명 등 자기방어적 태도로 일관했다. 이후 당사자 간 진술이 엇갈리고, 왕주현 사무부총장 구속으로 여론이 급변한 뒤에야 안 공동대표가 당사자들의 출당과 자신의 거취를 거론한 것은 시기를 놓친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책임론에도, 안 공동대표 등의 지도부 일괄 사퇴가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고, 박지원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 체제를 꾸리는 것도 현실상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과 호남을 제외하면 지역조직이 갖춰지지 않았고, 전당대회에 참여할 당원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탓이다. 20대 국회 초반 제3당의 존재감을 발휘해야 하는 마당에 ‘지도부 교체’라는 강수를 두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도 깔려 있다.
다만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박 의원 등의 출당 및 지도부 사퇴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안 공동대표 중심의 권력구도에 대한 불만이 잠재돼 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검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안 공동대표에 대한 정치적 책임 논란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당의 권력구도를 둘러싼 갈등과 현재의 호남 민심 이탈이 계속된다면 안 공동대표의 대권 행보는 물론 당의 명운도 안개 속에 빠질 수밖에 없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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