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탈당파 무소속 의원의 일괄 복당에 이어 권성동 사무총장 경질 문제를 놓고 또 내분에 휩싸였다. 친박계가 유승민 의원 복당 허용과 관련해 비박계인 권 총장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당무 복귀와 함께 경질 방침을 밝히자, 권 총장은 물론이고 비박계 전체가 크게 반발하는 양상이다. 권 총장 경질이 명분이나 절차에서 문제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나 친박계는 일괄 복당 논의 당시 사무총장으로서 비대위원장 보좌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애매한 이유를 들고 있지만 상황을 종합해 보면 권 총장은 비대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의 의사를 밝혔을 뿐이다. 지난 16일 비대위 회의 당시 권 총장을 포함한 일부 위원은 복당 여부를 당일 결정하자고 주장한 반면 김 위원장은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을 빚자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김 위원장이 당무 복귀와 함께 기강 문제를 언급한 게 복당 결정 과정에 위원장의 권위 손상을 의미한 것이라면 그게 권 총장이 책임질 일인지 의문이다. 더욱이 비대위 중요 결정은 집단지도체제 원리상 위원장 독단이 아니라 다수 의사에 따르는 게 맞다. 권 총장은 예의를 벗어난 언사도 쓴 바 없다고 한다.
더욱이 새누리당의 당헌ㆍ당규에 임명직인 사무총장에 대한 해임 권한이 규정돼 있지 않지만, 김 비대위원장이 임명 추천권을 가졌다고 해서 해임 권한까지 가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런 사정에 비춰 헌법재판관까지 지낸 김 위원장이 당헌ㆍ당규도 고려하지 않고 권 총장 경질 방침을 발표한 이유나 배경을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나 친박계 요구를 맹목적으로 추종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도는 까닭이다. 비박계가 “부적절한 처사’ “친박 패권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권 총장 본인도 “희생양”이라며 억울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금 새누리당은 갈수록 실타래가 꼬이는 형국이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명분과 절차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때문이다. 자제를 당부하는 친박계 원로와는 달리 강경파 친박계는 20일에도 따로 모여 권 총장 사퇴를 계속 압박했다. 친박계의 명분 없는 패권 행각에 김 위원장이 끌려 다닌다면 당의 위기는 심화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복당 논의 당시 권 총장의 자세에 정말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면, 비대위 전체회의에 부쳐 결정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권 총장 경질 문제가 전면적 계파 싸움으로 비화하지는 않아야 할 것 아닌가. 집권당의 끝없는 내분은 나라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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