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우체국 문이 열리자 학생들이 우르르 들이닥쳤다. 몰려드는 인파에 안전 사고가 우려되자 경찰까지 출동했다. 정부는 사재기 과열을 진정시킬 대책 강구에 들어갔다.’
1979년 5월 한 신문에 실린 기사다. 최신 스마트폰이나 한정판 장난감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당시 이 화제의 ‘신제품’은 편지에 붙이는 손톱만한 쪽지, 바로 우표였다.
한 때 폭발적 인기를 끈 우표 수집은 명실공히 ‘가장 오래된 정보통신(IT) 관련 취미’다. 그러나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점차 줄어들며 우표는 어느새 ‘멸종’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20일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표 수집을 취미로 하는 ‘우취인구’는 2005년 16만1,913명에서 2007년 14만5,584명, 지난해 8만8,959명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를 5,100여만명으로 놓고 계산하면 우취인구는 전체의 0.17%에 불과한 셈이다.
우표 수집의 쇠락은 휴대폰ㆍ이메일ㆍ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 등이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그 나마 유통되고 있는 종이 우편에도 증지 등 우표 대체물이 주로 쓰이는 탓에 일상에서 우표를 접할 기회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수집가를 위한 기념우표 판매량도 급감하고 있다. 2001년에는 기념우표 7,511만장이 팔렸지만 2010년 3,491만장으로 반토막이 났고, 작년에는 1,716만장으로 다시 절반 가량 줄었다.
그러나 일각에선 우표 수집 취미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삼원 한국우취연합 사무국장은 “우표는 한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등을 보여주는 집합체로, 우표를 모으는 취미가 사라지는 것은 문화적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