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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약물 잘못 투약해 군인 사망, 길병원 증거 은폐 정황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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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약물 잘못 투약해 군인 사망, 길병원 증거 은폐 정황 드러나

입력
2016.06.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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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기록지 허위 작성 등 밝혀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가천대 길병원이 간호사가 약물을 잘못 투약해 육군 일병이 숨진 사건의 증거를 은폐하려 한 정황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병원은 오투약시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고위험약물을 병동에 방치하는 등 약품 관리도 부실하게 했다.

20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길병원 간호사 김모(26)씨는 지난해 3월 19일 오후 1시 50분쯤 손가락 골절수술을 받은 박모(19) 일병에게 궤양 방지를 위해 처방된 ‘모틴’이 아닌 병 모양이 유사한 ‘베카론’을 투여했다. 전신마취제로 쓰이는 근육이완제 베카론은 투약 후 2분이면 자기 호흡이 불가능해져 인공호흡기 사용이 필수적이다.

박 일병은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심 정지 상태로 간호사인 누나에게 발견됐고, 다음달 23일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베카론 투약이 원인이 될 수 있는 저산소성 뇌 손상 등이었다.

김씨는 수사과정에서 “베카론을 오투약 한 사실이 없다”고 범행을 부인했으나 검찰은 김씨의 간호사 카트에서 마취과 외에 사용되는 경우가 없는 베카론 빈 병이 발견된 점 등 정황ㆍ간접 증거를 토대로 공소를 제기하고 법원도 인정했다.

인천지법 형사5단독 김종석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간호사 김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선 김씨와 병원 측이 베카론 오투약 가능성을 인지한 채 ‘박 일병에게 약물 투약 후 5분 가량 대화를 주고 받았다’면서 간호기록지를 허위로 작성하고 병동 약품함을 리모델링하는 등 증거를 은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병원 측은 사고 후 병동 약품함의 고위험약물을 위쪽으로 재배치하고 병동에 보관하던 베카론을 적정진료관리본부로 넘기는 과정에서 약국에 반환한 것처럼 수령증 등을 허위 작성했다. 결과적으로 김씨 카트에서 나온 베카론의 출처가 어디인지 등을 파악할 수 없게 했다.

사고 직후 부원장 등이 참석한 대책회의에서 “베카론이 병동에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병원 관계자 사이에선 “의료사고가 명백하다” “투약사고인 것 같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록지에 허위 사정을 기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병원의 전반적인 약품 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언제든 환자에게 약물이 잘못 투약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길병원 관계자는 “약품 관리가 일부 부실한 점은 인정하나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당 간호사에 대해선 최종 판결이 내려지면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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