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 편들기 갈지자 행보
계파주의에 끌려가는 모습 보여
‘곰 같은 여우’ 허허실실 전략 속
정권 재창출 밑그림 다른 시각도
계파주의 청산을 강조하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9일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석고대죄 하는 등 이번에도 계파주의 패권에 먼저 허리를 숙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해석이 분분하다. 정치력 부재에 따른 ‘갈 지(之)자 행보’라는 지적도 있지만, ‘허허실실’ 전략으로 계파주의 패권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달 3일 계파주의 청산을 공약으로 내걸어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후 줄곧 친박계와 비박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 사이 원내대표 사퇴 얘기가 두 번이나 나왔을 정도다.
지난달 8일 친박계를 중심으로 원내 부대표단을 꾸릴 때는 친박계 지원을 받아 원내대표에 당선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이 비박계 진영에서 쏟아졌다. 뒤이어 강경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하고, 비박계 3선 중진의원 다수를 비대위원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내놓자 이번에는 친박계가 들끓었다. 혁신위 추인 무산 뒤 사퇴 위기에 몰리자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와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과의 ‘3자 회동’을 통해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계파의 힘에 기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친박ㆍ비박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갈등만 키운다”는 쓴 소리가 뒤따랐다.
하지만 여권에 오래 몸담아 온 인사들 가운데 정 원내대표의 행보를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 원내대표가 이쪽저쪽에서 두들겨 맞는 곰처럼 보이지만, 여우같이 자신의 뜻을 꾸준히 관철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 원내대표가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2010년 8월 현재 권력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미래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 간의 단독회동을 성사시킨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시는 세종시 수정안 문제 등으로 친이ㆍ친박계간 갈등이 정점을 찍던 때다. 여권 한 관계자는 “감정의 골을 메울 수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이 독대 이후 ‘신사협정’을 맺으면서 정권재창출이 가능해졌다”며 “정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박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을 이어주는 역할을 통해 정권 재창출에 기여하겠다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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