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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첫 공립교... 화성행궁 복원에 밀려 철거 위기

입력
2016.06.1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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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사 터에 지어진 신풍초등학교 전경. 안창모 제공
객사 터에 지어진 신풍초등학교 전경. 안창모 제공

1896년 2월에 설립된 경기도 최초의 공립학교인 신풍초등학교가 2013년 광교신도시로 이전되면서, 120년 된 근대교육의 산실이 사라질 위기에 있다. 경기도를 넘어 근대교육의 상징인 신풍초등학교가 위기에 처한 것은 뜻밖에도 ‘수원화성’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후다. 세계유산 등재 후 수원시에서는 1999년부터 ‘화성행궁’ 복원을 시작했고, 1차 복원이 완료된 후 화성행궁은 사적 제478호에 지정됐다. 계속된 2단계 복원은 학교의 위기로 이어졌다.

객사 터 발굴 안내문. 안창모 제공
객사 터 발굴 안내문. 안창모 제공

‘신풍초등학교’는 수원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한국교육사에서는 뚜렷한 족적을 갖고 있는 이름이다. 1894년 동학동민혁명 이후 갑오개혁에 의해 ‘예조’가 폐지되고, 근대적 교육행정기관인 ‘학무아문(學務衙門)’이 설치되었다. 1895년 2월에는 고종의 교육입국조서(敎育立國詔書)가 발표됐다. 지ㆍ덕ㆍ체를 교육강령으로 학교를 세워 근대화를 이룩하고 국가를 보존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1895년 1월 근대적 헌법인 ‘열네 가지 큰 법’인 ‘홍범 14조’의 외국 유학과 새 학문 도입 내용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 방안이었다. 이는 곧 성균관 중심 교육제도의 개혁으로 이어졌다. 교육조서에 따라 한성사범학교 관제를 비롯한 각종 관립학교를 위한 규칙이 만들어졌다. 정재걸에 따르면 을사늑약 전까지 서울에 9개, 지방에 109개의 공립학교가 설립되었다고 한다.

1957년 동문과 재학생의 뜻과 기금으로 건축된 강당. 안창모 제공
1957년 동문과 재학생의 뜻과 기금으로 건축된 강당. 안창모 제공

근대교육의 상징인 신풍초등학교가 위기에 처한 것은 ‘객사’가 복원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왕의 상징인 ‘전(殿)’자를 새긴 나무패인 ‘전패(殿牌)’가 보관된 ‘객사(客舍)’는 매월 대궐을 향해 예를 올리던 곳이다. 따라서 지방 관아에서 객사의 위상은 매우 높기에 ‘객사’ 복원은 당연했고, 객사 터에 세워진 학교 철거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신풍의 동문을 중심으로 수원교육의 역사이자 상징인 학교 보존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세계유산 앞에 그 힘은 매우 미약하다.

신풍초등학교 지키기 운동. 안창모 제공
신풍초등학교 지키기 운동. 안창모 제공

여기서 우리가 잊고 있는 부분이 있다. ‘객사’에 학교를 설치한 주체가 ‘고종’이었다는 점이다. 객사는 조선왕조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새 세상을 준비하던 고종에게는 변화되어야 할 곳이기도 했다. ‘왕의 건물’인 ‘객사’에 ‘공립학교’를 설치한 것은 수원만의 일은 아니었다. ‘교육입국조서’에 따라 세워진 공립학교의 상당수가 ‘객사’에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신풍초등학교 터에는 본관과 강당이 남아있고, 운동장은 발굴 준비가 한창이다. 객사복원이 행궁 복원의 화룡점정이기는 하지만, 고종이 ‘왕의 공간을 근대교육에 내준 뜻’이 대한제국의 근간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120년을 지켜온 고종의 뜻 그리고 60년 전 재학생과 동문의 뜻과 기금을 모아 건축한 강당의 가치는 ‘고종’의 큰 뜻에 못지않다. 따라서 철거보다는 객사와 공존을 통해 역사를 안고 미래로 나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조선 최초의 신도시를 만든 정조와 근대국가 건설의 틀을 구축하고자 했던 고종이 함께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안창모 경기대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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