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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참사 부르는 화물차 사고를 줄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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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참사 부르는 화물차 사고를 줄일 수 있다면

입력
2016.06.1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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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경기 화성시의 한 주행연습장에서 시속 60㎞로 달리던 만트럭의 대형 트랙터가 자동차 모형 앞에서 자동으로 멈춰섰다. 급제동이라 적재한 컨테이너의 앞부분이 약간 들렸다.
지난 10일 경기 화성시의 한 주행연습장에서 시속 60㎞로 달리던 만트럭의 대형 트랙터가 자동차 모형 앞에서 자동으로 멈춰섰다. 급제동이라 적재한 컨테이너의 앞부분이 약간 들렸다.

지난 10일 오전 경기 화성시의 한 자동차 주행연습장. 5톤 가량의 컨테이너를 실은 만트럭의 프리미엄 트랙터 ‘TXG 560’이 시속 60㎞로 전방에 놓인 승용차 모형 장애물을 향해 달려갔다.

운전석에 앉은 만트럭 독일 본사 기술진이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뗐다. 장애물이 가까워지자 트랙터는 운전석에 경고음을 울리더니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해 속도를 줄였다.

그래도 운전자가 아무런 동작을 취하지 않자 거대한 트랙터는 “끼이이익” 소리를 내며 스스로 비상제동에 들어갔다. 타이어 타는 매캐한 냄새가 주변에 퍼졌다. 뒤에 실은 컨테이너가 조금 들썩였지만 트랙터는 장애물 1m 앞에서 딱 멈췄다. 만트럭버스코리아 관계자는 “일반인들은 본능적으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기 때문에 기술진이 직접 시범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컨테이너 무게를 합쳐 총 23톤이나 되는 트랙터를 자동으로 멈춘 건 비상제동보조장치다. 라디에이터 그릴 부근에 설치된 레이더와 운전석 창문의 카메라가 장애물을 인식해 제동이 이뤄진다. 시속 15~90㎞ 구간에서 작동하고, 적재 화물 무게에 따라 적정한 수준의 제동력을 가해 화물이 운전석 쪽으로 쏟아지는 사고를 방지한다.

만트럭은 이날 대형 화물차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한 차선이탈 방지시스템(LGS)과 차량 안전성 제어장치(ESP), 적응형 정속주행장치(ACC)도 선보였다.

LGS는 차선 이탈 시 경보음을 울리는 승용차의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과 기본적으로 같다. 다만 화물차는 소음이 크고 운전석이 워낙 넓어 차선을 밟으면 “뜨르르르” 소리 볼륨이 엄청 크다는 게 차이다.

차량 안전성 제어장치(ESP)가 장착된 중형 카고 트럭이 젖은 노면에서 회전 주행을 하고 있다.
차량 안전성 제어장치(ESP)가 장착된 중형 카고 트럭이 젖은 노면에서 회전 주행을 하고 있다.

ESP는 바퀴의 제동력에 차등을 둬 곡선 구간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승용차에 보편화된 ACC는 앞 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하며 정속 주행하는 기능이다. 승용차에 도입된 차선 유지까지는 아니지만 단조로운 장거리 주행이 빈번한 화물차에는 유용하다.

유럽에서 ESP는 2011년 새로 개발된 대형 화물차에 탑재됐고, 2014년부터 양산하는 화물차에 모두 들어갔다. EBA와 LGS는 2013년에 신차, 지난해부터 양산차에 다 적용되고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만트럭도 모델에 따라 이런 안전기능들을 갖췄다. 대형 화물차뿐 아니라 중형 카고트럭도 마찬가지다. 막스 버거 만트럭버스코리아 사장은 “한국에서는 트럭 관련 교통사고가 한해 2만5,000건이나 발생한다”며 “트럭의 안전 기술은 트럭 운전자뿐 아니라 주변 차와 도로 환경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고속도로 교통사고 중 화물차가 원인인 사고의 사망자 수는 총 4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명)에 비해 41% 늘었다. 화물차 사고 원인은 졸음과 전방주시 태만이 8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수십 톤이나 나가는 대형 화물차 사고는 참사로 이어진다. 대형 화물차가 정차한 승용차를 들이받아 아무 죄 없는 이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화물차의 안전 기술은 이런 비극을 없애기 위해 고안됐다. 만트럭버스코리아는 차량 단독 사고를 ESP는 44%, EBA는 70%, LGS는 50%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늦었지만 우리 정부도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국토교통부령)을 일부 개정해 내년 1월부터 새로 출시하는 길이 11m 초과 승합차 및 차량 총중량 20톤 이상 화물ㆍ특수자동차에 비상제동보조장치(AEBS)와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 의무 장착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에는 기존 양산차에도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상용차 업계에서 내년에 새로 내놓을 이 정도 규모의 신차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국산 대형 화물차에 AEBS와 LDWS가 달리는 것은 빨라야 2018년 이후가 된다는 얘기다. 차량 구조가 바뀌어야 하는 만큼 이미 판매된 대형 화물차들에는 옵션으로 두 장치만 별도로 달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가격도 극복해야 한다. 축이 앞뒤에 두 개인 승용차와 달리 대형 화물차는 축이 여러 개이고, 수십 톤의 무게를 안전하게 제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두 장치를 모두 탑재하면 현재 기준으로 기존 차 가격에 300만~400만원이 추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격 인상 요인 때문에 일부에서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며 “개정안 입법예고가 끝났지만 아직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 등이 남아 있어 정확한 시행일을 못박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글ㆍ사진=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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