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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청년희망재단의 이상한 일자리 계산법

입력
2016.06.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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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힘은 막강합니다. 상대방을 설득할 때도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는 것보다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는 게 훨씬 잘 먹힙니다. 정부나 기업이 어떤 성과를 알릴 때 반드시 통계를 인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통계는 한편으론 위험하기도 합니다. 숫자가 나온 맥락을 잘 살피지 않으면 오히려 사실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예컨대 정부가 발표하는 주택 공급량 통계는 곧이 곧 대로 받아들이면 상당한 회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매년 공급되는 주택은 이렇게 많은데 ‘왜 난 집이 없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통계엔 함정이 있습니다. 실제 공사가 끝나 입주자를 기다리는 주택 외에도 그 해 정부가 건축허가만 내줘 아직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주택도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만큼의 주택이 공급되니 주거난을 덜 수 있겠다고 하지만 막상 내집 마련을 준비 중인 사람으로선 크게 와 닿지 않는 거죠.

최근 청년희망재단이 내놓은 취업성과 자료를 보고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년희망재단은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탄생한 청년희망펀드를 운영하는 공익재단법인인데요. 5월말 현재 기업과 국민의 기부로 청년희망펀드에 모인 돈만 1,400억원에 육박합니다. 재단은 이 중 198억원을 올해 청년 일자리 사업에 쓸 예산으로 빼뒀습니다. 국민의 기부로 운영되는 조직인 만큼 성과 점검은 당연합니다. 정부 주도로 펀드가 만들어졌고 재단이 세워졌지만 일단 민간 재단이기 때문에 예산을 짜고 얼마의 성과를 냈는지 정부의 검증을 따로 받지 않거든요.

재단은 5월 중순 기준으로 재단을 통해 취업한 청년이 265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극심한 취업난이 계속되고 있는 걸 고려하면 분명한 성과입니다. 그런데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여기엔 계약직은 물론 단순히 재단의 일대일 상담 서비스를 받은 뒤 취직한 청년도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265명 중 재단이 청년과 중소·중견기업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취업에 성공한 청년은 112명이었습니다. 112명 중 24명은 재단의 해외 인턴 프로그램에 합격한 청년들입니다. 재단과 업무협약을 맺은 기업 해외법인에서 1년 가량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건데, 일단 1년 단기 계약직입니다. 재단은 최근 청년희망재단을 다룬 본보 기사 (기사보기 ▶ 청년희망펀드 9개월... 희망이 시들었다)에 대한 해명자료에서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정규직으로 전환받는다는 약속을 기업에 받았다”고 밝혔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더군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재단에서 비용의 80%를 대주니 우리로서도 비용 부담이 없고 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한 게 아니어서 재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습니다. 112명 중 24명을 뺀 88명이 정규직장을 얻었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사실 재단이 알선한 중소·중견기업의 채용공고문을 보면 1~2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곳도 있습니다. 계약직 인턴공고도 있었고요. 이런 부분을 빼면 실제 정규직 채용에 성공한 청년은 80명 안팎으로 추산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서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종료 직후 청년희망펀드 기부를 위해 서명을 했다. 박 대통령은 일시금 2천만원과 매월 월급의 20%(340만원)를 청년희망펀드에 제1호로 기부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더구나 265명 중 105명은 재단의 일대일 상담 서비스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사례라고 재단은 설명했는데요. 물론 취업까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청년으로선 재단의 상담이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단순히 상담을 거쳐 취업을 한 이들까지 취업실적에 포함시키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상담 받은 청년만 늘려도 재단으로선 손 쉽게 성과를 낸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재단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기부로 1,4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모아두고 이를 청년 일자리 사업에 쓰면서 장기적인 계획이 없다는 겁니다. 최근엔 국민 기부도 뚝 끊겨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올해 예산도 보면 198억원 중 126억원이 일회성 사업에 배정됐습니다. 돈을 풀어 취업자를 양산하는 구조인데, 그 수혜인원이 적다는 게 문제입니다. 청년들의 해외진출을 돕는 취지로 마련된 ‘글로벌 보부상’ 사업의 경우 67억5,0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됐는데 올해 대상 인원은 50명에 그칩니다. 평가에 따라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일단 1년 단기 계약직 신분입니다. 3억원의 예산이 배정된 실리콘밸리 진출 프로젝트는 국내 우수 IT인재들을 대상으로 교육해 미국의 실리콘밸리 기업에 취업하는 걸 목표로 삼은 프로그램인데요. 미국 현지 근무자가 교육생을 상대로 멘토링을 해주고, 현지 기업의 실제 업무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하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그러면 현지 구인업체의 추천을 받아 실리콘밸리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재단의 설명인데요. 재단은 교육생을 상대로 현지 연수 기회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차치하고 이 역시 20명 정도만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재단은 청년희망채움사업 프로젝트에 56억1,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사업 아이디어가 좋은 청년에게 5,000만원을 무상으로 지원해주는 프로젝트입니다. 청년들의 해외 창업을 돕기 위해 기획된 글로벌 청년 사업가 양성 프로젝트엔 5억2,000만원의 돈이 쓰이지만 대상 인원은 40명에 불과합니다. ‘글로벌’이란 단어가 무색하게 구직자가 체험할 수 있는 국가 역시 태국 한 나라에 그치고요. 반면 가장 많은 취업자를 양성하는 중소·중견기업 알선 프로그램엔 단 3억원의 예산만 배정됐습니다.

물론 모두 일자리 구하기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들입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이 재단의 기금을 갉아먹으면서 시행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기회비용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십여명의 청년을 해외에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더 많은 청년들에게 취업비용을 지원해주는 게 더 낫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재단은 앞으로 장기적으로 어떻게 재단을 이끌고 갈 것인지 여기에 대한 답부터 내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재단은 국민으로부터 꾸준히 기금을 걷겠다고 하는데, 지난해에야 대통령까지 나서는 바람에 국민적 기부 열풍에 기댈 수 있었지만 앞으로 성과가 미흡하면 지금처럼 기금은 뚝 끊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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