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가족과 면담서 애도 표명
주한 영국대사가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유해성 은폐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거라브 제인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에 대해 소환 요청을 하면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10일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는 이날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 관계자들과 가진 면담에서 “한국정부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 진행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제인 전 대표의 소환과 관련해 검찰이) 대사관에 협조를 요청하면 최대한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헤이 대사는 이 자리에서 피해자와 가족에게 유감과 애도의 뜻을 표하며 “영국정부 차원에서 무슨 역할을 할지 고민 중이지만 분명한 것은 자국 기업을 두둔하거나 보호하는 입장은 아니며 위법 행위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제인 전 대표는 지난달 “한국에 입국해 조사를 받으라”는 검찰의 거듭된 요청을 끝내 거부했다. 검찰은 서면조사와 함께 출석을 종용한 뒤 범죄인인도를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헤이 대사는 또 피해 가족들에게 3주 전 영국에서 옥시 영국본사 라케시 카푸어 대표를 만난 사실을 들려 주면서 “카푸어 대표가 가습기살균제 피해 문제에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사과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헤이 대사에게 레킷벤키저 외에 홈플러스를 운영한 테스코 최고경영자(CEO)도 만나 책임을 촉구해 달라고 요청했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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