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독재 철권통치와 심각한 인권 유린으로 인해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리는 북동 아프리카의 빈국 에리트레아가 국제 사회의 문제아로 떠올랐다. 정부의 묵인 속에 자행되는 조직적 반인륜 범죄는 유럽 난민사태를 부추기는 요인으로도 지적됐다.
유엔 인권조사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에리트레아 국민이 폭정에 시달리면서 노예나 다름없는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고 폭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1년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70) 대통령이 권력을 잡은 뒤 강제 징집, 투옥, 고문 등으로 에리트레아 국민 630만명 중 30만~40만명은 수용소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노예처럼 살고 있다. 에티오피아에 강제 편입(1952)된 후 61년부터 30년 넘게 전쟁을 치른 끝에 93년 독립했지만, 독립투사 출신 아페웨르키 대통령이 권좌에 오른 뒤 최악의 독재 권력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2001년에는 정부 고위층 장관 및 군 관계자들이 정부 개혁을 요구했다가 체포됐고, 언론인들도 무더기로 투옥됐다. 2015년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I)가 언론통제국 1위로 에리트레아를 꼽았고(북한 2위), 한 기독교 단체는 북한, 이란과 함께 에리트레아를 3대 기독교 박해국가로 꼽았다. 마이크 스미스 에리트레아조사위원회 위원장은 “독립된 사법부, 입법부가 없을 뿐아니라 아무런 민주적 기구도 없다”며 “이런 구도가 25년간 이어온 반인륜 범죄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폭정에 시달린 국민들은 자연스레 난민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달 4,000여명이 국경을 넘고 있다. 하지만 국경을 넘는다 하더라도 갈 곳이 만만치 않다. 동쪽은 홍해로 막혀 있고 남쪽으로는 적성국이나 다름없는 에티오피아가 버티고 있다. 최근에는 난민 442명이 서쪽 수단으로 망명을 시도하다 에리트레아로 강제 추방당했다. 북쪽 이집트나 리비아를 거쳐 이탈리아로 향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난민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지중해가 가로 막고 있다.
이에 유엔은 2014년 6월 에리트레아 인권조사위원회를 구성, 난민 800여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진술서를 받았다. 공개 장소에서 정부를 비판하다가 투옥됐다는 한 난민은 조사에서 “고환을 맞아 여러 차례 기절했는데 나중에는 고환이 아예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에 대해 에리트레아의 에만네 게브레아브 대통령보좌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유엔 인권위 보고서는 근거 없는 비난이며 정치적인 동기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에리트레아는 1인당 국민 소득이 480달러(55만원)로 세계 최빈국에 속한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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