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에게 월 2,500 스위스프랑(300만원)을 조건 없이 보장하는 기본소득안을 놓고 진행한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유권자 10명 중 8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5일(현지시간) 스위스 언론에 따르면 이날 치른 국민투표의 잠정 집계 결과 76.9%가 이 안을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정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집계 결과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투표 후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생계를 위한 노동에서 벗어나 인간적 품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모든 성인에게 월 2,500 스위스프랑, 어린이ㆍ청소년에게 650 스위스프랑(67만원)을 지급하자는 이 법안은 지식인모임 주도로 2013년 정식 발의됐다. 서명에는 국민투표 요건(10만명)을 넘어 13만명이 서명했다.
이에 대해 스위스 정부와 의회는 재정적 어려움, 복지 축소 등을 이유로 법안에 강하게 반대했다. 스위스 국가위원회는 “관대하지만 유토피아적인 안”이라고 비판했고 의회도 “노동과 개인의 책무에 가치를 부여하는 스위스에 위험한 실험”이라며 반대표를 촉구했다.
이번 투표에서는 스위스 내 26개 주에서 모두 반대표가 절반을 넘겼다. 시 당국이 법안 통과를 기대했던 로잔에서도 반대표가 67%로 찬성표를 크게 앞질렀다. 연방 정부 5개 안건에 모두 투표한 유권자 비율은 46%로 높지 않았다.
한편 투표를 앞두고 독일, 영국 등 이웃한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법안을 주도한 지식인모임은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모임의 공동 대표이자 대변인인 다니엘 하니는 독일 일간 데어 타게스슈피겔 인터뷰에서 “이번에 통과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제비뽑기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이번 투표는 중간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제네바주 셴 부흐 투표소에서 투표한 40대 유권자도 “이번에 통과되지는 않겠지만 20년 뒤에는 성사될 것으로 보고 찬성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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