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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얼굴 도장 찍듯 구의역 찾은 여야 4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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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얼굴 도장 찍듯 구의역 찾은 여야 4당

입력
2016.06.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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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현장을 찾아 정비 작업 중 숨진 김모 씨를 추모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 28일 오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중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 연합뉴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현장을 찾아 정비 작업 중 숨진 김모 씨를 추모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 28일 오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중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여야 4당 지도부가 서울지하철 구의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달 28일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숨진 김모(19)군의 사고현장이다. 4당은 다른 일정을 취소하거나 미루면서 갑자기 달려왔다.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어난 사고에 국민 모두가 슬퍼하는 지금 여야 지도부가 현장을 챙긴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여러모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약속이라도 한 듯 시간이 겹치지 않게 차례대로 왔다. 하지만 시민들이 전철을 이용하는 낮 시간이라 정작 사고 현장은 보지도 못했다. 4당을 맞이한 서울메트로 측은 같은 내용의 브리핑을 네 차례 반복하고, 각 당의 질책을 역시 반복해 들어야 했다. 더민주는 “경비 절감만 고려하다 보니 인명을 고려치 않은 것”이라 했고, 국민의당은 “저쪽(5~8호선)은 정규직이어서 사고가 한 건도 없는데, 여기(1~4호선)는 비정규직이라 사고가 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호선 서울 강남역 사고 때도 나왔던 얘기들이다. 새누리당은 “알고 있다”며 보고도 받지 않고 15분 동안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의 관리소홀 책임만 따진 뒤 떠났다.

이들의 ‘생색내기’ 정치에 지하철 이용승객들은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취재진을 대거 몰고 다니는 4당 지도부의 발걸음 뒤에는 “사건 터지고 와봤자 무슨 소용이냐”는 비아냥부터 “또 저런다”며 혀를 차는 소리가 연신 이어졌다. 꼭 사고 현장에 가야 하는 사정이 있었다면 4당 지도부는 시간을 맞춰 합동 방문하는 진짜 ‘협치’의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이런 아쉬움은 “4번 밥상을 차려 의원들에게 혼나는 시간을 가졌다”는 현장 인사들의 하소연에서도 묻어 나왔다. 국민들이 막 문을 연 20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생색내기가 아니라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다. 이를 모른다면 국민의 대표로 자격 미달이고, 알고도 경쟁에만 몰두했다면 이들에게 ‘민생’은 아직 선거용 레토릭일 뿐이다. 정재호ㆍ정치부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기자의 눈 - 정재호기자 /2011-09-04(한국일보)/2016-06-01(한국일보)
기자의 눈 - 정재호기자 /2011-09-04(한국일보)/2016-06-01(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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