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하청업체 직원이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도중 숨진 사건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 하나를 던졌다. 위험이 따르는 안전 관련 업무마저 이윤과 경영 효율을 이유로 외주업체에 넘기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외주업체는 원청업체에서 최저가로 일감을 따오고도 이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인력을 충분히 쓰기 어렵고 임금 수준도 낮으며 숙련된 기술자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이번에 희생된 김모씨만 해도 고교 졸업 후 입사한 지 일곱 달밖에 되지 않았으니 아무리 성실해도 능숙하게 작업에 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가 속한 회사에서는 직원 6명이 49개 지하철역사의 안전문 전체를 담당했다니, 그 열악한 조건에서 서울메트로의 2인1조 수칙을 지키기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서울메트로가 사고 직후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개인의 잘못처럼 몰아가는 태도는 책임을 모면하려는 얄팍한 수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하청업체 직원들이 작업 도중 화를 입는 일은 숱하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올해 7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 중 5명이 하청업체 소속이다. 2월에는 삼성전자 등의 3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젊은이들이 메탄올에 중독돼 시력을 잃었다. 작년에는 파주 LG디스플레이와 이천 SK하이닉스, 울산 한화케미칼 등에서 하청업체 직원들이 질식 사고와 폭발 사고의 피해자가 됐다. 광주 남영전구에서는 4차 하청업체 직원들의 집단 수은 중독 사태까지 빚어졌다.
하청업체 노동자는 원청업체 정규직이 꺼리는 일에 우선 투입되므로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지만 안전교육은 충분히 받지 못한다. 반면 원청업체는 최저가 입찰업체에 일감을 줘 비용을 아끼고 사고가 나더라도 책임을 하청업체에 전가할 수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이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도 조금도 개선되지 않다가 이번에 또 희생자를 냈으니 참으로 부끄럽다.
열아홉 살 젊은이의 죽음을 접하고 정치인들이 사고현장을 찾아 비정규직 및 외주화 문제에 관심을 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산하기관의 외주화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과거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도 반짝 관심은 있었지만, 근본적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적어도 위험한 안전 관련 업무만이라도 원청업체가 책임지고 수행하도록 하는 의식 개혁과 그에 따른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불평등 관계나, 하청 노동자의 작업 환경을 뜯어 고치려는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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