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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시 청문회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정도(正道)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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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시 청문회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정도(正道) 아니다

입력
2016.05.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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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 상임위원회가 현안이 있을 때마다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해외 순방중인 박 대통령은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재의 요구안이 의결되자 곧바로 재가했다. 국회는 재의결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불과 이틀 남은 19대 국회 회기 내에 본회의 소집이 불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국회법 개정안은 자동 폐기될 운명이다.

정부는 재의 요구 배경과 관련해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새로운 통제 수단을 신설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상시 청문회가 행정 입법 사법부의 삼권 분립이라는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나아가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국정조사 제도를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는 등 여러 문제점을 들었다.

정부가 여러 문제점과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지만 상시 청문회법의 핵심 쟁점은 헌법적 가치 위반 여부다. 즉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정당한 견제이냐, 아니면 정부 주장대로 새로운 통제 수단일 뿐이냐이다. 과도한 통제라면 견제를 넘어선 국회의 권한 남용이 될 것이다. 그러나 행정부에 대한 견제나 통제냐에 대해서는 헌법학자들의 해석도 크게 엇갈린다. 심지어 위헌 소지 여부를 조사한 법제처마저 “국내 헌법학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위헌여부에 대한 판단이 50대 50으로 갈렸다”고 밝혔다. 이는 상시 청문회의 위헌성 판단에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정부나 박근혜 대통령은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하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시 청문회법을 우선 유지하는 게 바람직했다. 그게 삼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를 존중하고, 입법 재량권을 침해하지 않는 태도라고 본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정부가 상시 청문회법을 무산시킬 수단이 없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단을 강구하기보다는 헌법재판소에 위헌성 판단을 맡기면 될 일이다. 헌법상 독립기관의 판단에 대해서는 여야가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맥락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사려 깊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유연하지 못한 처사다. 거부권 행사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여러 변수를 따지는 것이 옳았다. 당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결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20대 원 구성은 물론 향후 발의될 이 정부의 각종 개혁입법도 논의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당분간 협치라는 말을 꺼내기조차 어렵다.

정부의 우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기왕의 각종 청문회나 국정감사, 국정조사에서 일부 의원들의 갑질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했다. 품위를 상실한 인격모독과 막말, 터무니 없거나 과도한 자료 요구는 행정 마비 여부를 떠나 권한의 오ㆍ남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일탈이 상시 청문회를 통해 계속되기는 어렵다. 여론과 민심에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의원들의 속성상 결국 자율적으로 정화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여소야대 3당 체제에서도 계속되는 대통령의 대결적 자세가 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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