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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권의‘헌재 의존’에 경종 울린 선진화법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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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권의‘헌재 의존’에 경종 울린 선진화법 각하

입력
2016.05.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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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일부 조항이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에 낸 권한쟁의심판이 각하됐다. 각하는 헌재의 심판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때 내리는 처분이다. 헌재는 재판관 5(각하)대 4(기각 2, 인용 2)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했다. “의사 절차에 대한 국회의 권한을 존중해야 하며,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의원들의 표결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선진화법이 헌법에 규정된 다수결의 원리, 나아가 의회민주주의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헌재의 각하 결정은 법리적 관점 외에 입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 권한과 의무를 일깨웠다. 정치권은“헌법 실현에 관한 일차적 형성권은 정치적ㆍ민주적 기관인 국회가 갖는다”는 헌재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애초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의 타당성을 헌재 판단에 맡긴 것부터가 잘못이다. 새누리당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법률안이 야당 반대로 벽에 부딪히자 국회선진화법이 ‘식물국회’를 만들었다며 개정을 요구해왔다. 이 법안이 국회 폭력사태를 막는다는 취지로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것에 비춰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정치혁신을 하겠다며 19대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걸고는 집권 후 법안 추진이 어려워지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다.

헌재의 각하 결정에서 확인됐듯이 정치권의 헌재 의존은 심각한 문제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을 비롯해 신행정수도특별법, 통진당 해산심판,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국회 선진화법 등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현안을 헌재 판단에 의존하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정치권이 대화와 타협이라는 대전제를 지키지 못해 갈등과 충돌이 커지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정치권은 ‘헌재 정치’가 국회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무능을 드러낸다는 점을 인식하고 깊이 자성해야 한다.

여야는 헌재의 국회선진화법 각하 결정에 일제히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바뀌면서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처지가 달라진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거대 야권의 법안 공세를 막으려면 선진화법의 보호막이 필요하고, 야당은 줄곧 선진화법 개정에 반대해왔던 터다. 어쨌든 헌재 결정으로 타협과 협치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여야가 선진화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신중한 논의를 통해 결정하면 될 일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대화ㆍ타협을 통한 생산적 국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제 불필요한 논쟁에서 벗어나 일하는 국회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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