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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시설’ 논의 1년간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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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시설’ 논의 1년간 제자리걸음

입력
2016.05.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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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형 수조에 임시 저장

월성 1ㆍ2호기는 2019년에

고리는 이르면 2028년에 포화

40억 들여 의견 수렴해 놓고

1년 지나도 기본계획 안 나와

“지역 여론 눈치보나” 의문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하고 있는 원전 내 공간이 점점 포화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시설 건설 계획 등을 확정하지 않은 채 미적대고 있다.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지을 때도 부지 선정에만 19년이 걸렸다는 점에서 정부가 더 이상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 수립을 미뤄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원자력 산업계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 결과가 정부에 제출된 지 다음달이면 꼭 1년이 된다. 그러나 이를 토대로 진작 나왔어야 할 기본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기본계획에는 사용후핵연료의 시기별 관리 과정, 단계별 저장 장소와 방식, 이를 맡아 시행할 주체 등이 포함된다. 일각에선 정부가 지역 민심의 눈치를 보면서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마저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원전마다 설치된 대형 수조(습식)에 임시로 저장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경수로 원전은 이르면 2028년(고리), 늦어도 2038년(신월성) 수조가 포화된다. 고리 원전은 원래 올해 꽉 찰 예정이었으나 사용후핵연료 용기 사이 간격을 좁히는 조밀저장으로 그나마 포화 시점을 미뤄놨다. 중수로(월성 1, 2호기)는 더 심각하다. 중수로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옆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건식)에 임시로 놔 둔 상태인데, 2019년이면 더 들어갈 공간이 없다.

이에 따라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는 지난해 6월 사용후핵연료를 땅 속에 묻는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2020년까지 선정하고 2051년엔 건설을 완료해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의 운영허가 기간이 최장 2051년이기 때문이다. 불가피할 경우 영구처분 전 잠시 보관하는 단기저장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공론화위는 지난 2013년 출범해 20개월 동안 약 40억원을 들여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그러나 권고안을 제출받은 산업통상자원부는 1년이 가깝도록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기본계획만 끌어안고 있기엔 시간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사이 월성 1호기가 지난해 연장 가동에 들어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수력원자력은 결국 콘크리트 구조물을 더 짓기로 했다.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은 지난달 월성 원전 내에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을 추가로 짓겠다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기본계획도 안 나온 상황에서 원전 시설을 더 만들겠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월성 원자력발전소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 수조. 긴 막대 형태의 연료봉에 담긴 사용후핵연료가 방사능이 일정량 이상 나오지 않도록 물 속에 잠겨 있다. 이런 수조는 원전마다 설치돼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월성 원자력발전소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 수조. 긴 막대 형태의 연료봉에 담긴 사용후핵연료가 방사능이 일정량 이상 나오지 않도록 물 속에 잠겨 있다. 이런 수조는 원전마다 설치돼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중수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저장해놓은 원통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캐니스터).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콘크리트 저장 시설은 월성 원자력발전소에만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중수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저장해놓은 원통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캐니스터).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콘크리트 저장 시설은 월성 원자력발전소에만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중수로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저장해놓은 육면체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맥스터).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를 추가로 짓기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한수원 제공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중수로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저장해놓은 육면체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맥스터).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를 추가로 짓기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한수원 제공

사용후핵연료는 방사성폐기물 중 방사능 누출이 가장 많다. 그만큼 안전이 필수인 만큼 책임을 어디에 부여할 지가 중요하다. 공론화위는 ‘사용후핵연료 기술관리공사’(가칭) 설립을 제안했다. “정부와 사업자, 국민이 공사 지분을 공유해 책임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부는 경주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관리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사용후핵연료도 관리하는 방향으로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공단은 사용후핵연료사업실을 만들어 관련 업무를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중ㆍ저준위와 고준위 방폐물은 관리 체계가 달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주 방폐장은 부지 선정에 19년, 건설에 6년이 걸렸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규제기준까지 만들려면 시간이 없는데 정부가 너무 느긋하다”며 “(기본계획이) 더 지체되다간 임시 저장시설만 늘리는 식으로 땜질 처방을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투자계획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할 부분이 아직 남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도 블루리본위원회(사용후핵연료 문제 공론화 조직) 종료 후 1년 넘게 지나서야 관련 정책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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