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 지도부가 4ㆍ13 총선 한달 만인 13일 청와대에서 만났다. 정권 심판을 통해 여소야대 3당 체제를 만들어 낸 총선 민의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일방통행 식 독주가 아니라 소통과 협력ㆍ 타협의 정치, 즉 협치(協治)를 하라는 주권자들의 준엄한 요구였다. 이날 청와대 회동은 그 같은 주권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첫 만남이었다.
진지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 속에 1시간 22분 동안 이어진 이날 회동 결과는 협치의 가능성과 함께 한계도 보였다고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박 대통령이 지난달 편집ㆍ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약속한 대로 여야 3당대표와의 회동을 매 분기 정례적으로 열고, 경제부총리와 3당 정책위의장들의 민생경제 현안점검회의를 조속히 개최하기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다. 안보상황과 관련해서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하도록 정부가 노력한다는 다짐도 있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협치의 실효적 성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라고 평가했다.
구체적 현안 논의에서도 일부 진전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5ㆍ18 기념곡으로 지정ㆍ허용해 달라는 두 야당의 건의에 대해 “국론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5ㆍ18 기념식은 이 노래 제창 ㆍ합창 여부를 둘러싼 갈등으로 파행을 빚어왔다. 이날 대통령의 지시가 립 서비스가 아니라 소모적인 갈등을 완전히 끝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검찰이 수사 중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박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국회에서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어 철저히 따져주기 바란다고 말한 것도 진전이다. 그 동안 청문회 등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 노력은 검찰 수사 이후에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섰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부분은 세월호법 개정, 청와대의 어버이연합 배후 논란, 누리과정 예산 등에 대해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강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박 대통령이 원론적 답변에 머문 것이다. 특히 세월호법 특위기간 연장을 위한 세월호법 개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세금 부담을 언급하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날 회동에 대해 일부 성과가 있었다면서 한계와 아쉬움을 토로한 이유다. 아직 박 대통령이 민심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올 만하다. 하지만 대통령과 3당 지도부가 이날 격의 없는 소통의 물꼬를 튼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일단 좋은 출발을 한 만큼 이를 토대로 국민의 명령인 협치를 실천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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