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90세 생일 축하잔치 자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영국 방문에 동행했던 중국외교사절단을 비난하는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이 자리에서 외교적 결례가 되는 발언을 쏟아내 구설에 올랐다.
10일(현지 시간)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날 런던 버킹엄 궁전 가든 파티에서 시 주석이 지난해 영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경호를 담당한 루시 돌시 런던경찰청장을 소개받자 “정말 운이 나빴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관리들은 주중 영국 대사에게 매우 무례했다(very rude)”고 지적했다. 돌시 청장이 이 말을 받아 중국 관리들이 바바라 우드워드 주중 영국대사와 대화하다가 갑자기 밖으로 나가면서 “이제야 여행이 끝났네”라고 말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매우 무례하고 비외교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에 여왕도 “놀라울 정도(Extraordinary)”라고 응수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매년 여름 3차례 이상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버킹엄 궁전으로 초대해 가든 파티를 열고 있는데 이날은 자신의 90세 생일을 자축하는 자리였다. 여왕이 인식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이날 대화는 TV카메라에 전부 포착돼 방송전파를 탔다.
보도가 나가자 버킹엄 궁전은 “여왕이 사적으로 대화한 내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지난해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은 성공적이었고 모든 행사들도 무리없이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중국측의 공식 반응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캐머런 총리의 비외교적 언사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캐머런 총리는 리셉션에서 여왕과 12일부터 열리는 반부패 정상회담에 대해 대화하던 중 “환상적으로 부패한(fantastically corrupt) 국가들의 정상이 곧 영국에 온다”며 “그 중 나이지리아와 아프가니스탄은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두 국가일 것”이라고 말해 외교적 논란을 일으켰다. CNN은 “영국 총리가 지나치게 솔직했다”고 했고 BBC도 “최악의 외교 실수”라고 비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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