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연휴 중이던 7일에도 서울은 미세먼지 ‘나쁨’ 등급을 보였고 광주, 춘천, 동해 등지는 서울보다 더 심했다. 앞서 4월에는 미세먼지 ‘나쁨’이나 ‘매우 나쁨’ 등급의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훨씬 많았다. ‘좋음’인 날은 사실상 사라졌으며 ‘보통’인 날도 드물 정도다. 미세먼지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인 점을 감안하면 국민건강 위협이 심각한 상황이다.
흔히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불리는 미세먼지는 코털이나 점막으로도 거를 수 없을 정도로 작아 인체에 쉽게 흡수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이 크다. 황사나 스모그 등 중국의 영향도 크지만 국내 경유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NOx)과 화력발전소 등의 배출물 영향이 그보다 크다고 한다. 미세먼지의 심각성과 발생 원인이 비교적 명확한데도 정부 대응은 더디고 소극적이다. 5월이 지나 미세먼지 농도가 저절로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정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대책으로는 노후 경유차 배출가스 단속 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미세먼지 배출이 감소하지 않는 것만 봐도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 이 때문에 차량 등록을 할 때만 배출 기준을 충족할 뿐, 실제 운행 때는 기준을 초과해 오염물질을 내뿜는 차량을 막는 게 급선무다. 물론 정부는 운행 경유차의 NOx 농도 측정을 위한 기기 개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는 있다. 그러나 기기를 먼저 개발한 뒤에야 NOx 측정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은 운행 중인 경유차의 NOx 측정이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소리와 다르지 않다. 정책은 관계부처나 이해 당사자와 의논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겠지만 지나치게 자동차 업계와 운전자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미세먼지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해진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 경유택시 도입을 추진하거나 경유차에 세제 혜택을 주어 경유차 증가에 일조한 게 사실이다. 정부는 미세먼지 발생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는 화력발전소도 증설하겠다고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미세먼지도 잡으려면 반드시 재검토해 수정해야 할 정책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국민 건강과 곧바로 이어져 있다. 안 그래도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정부의 보건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진 마당이다. 정부는 강력한 의지로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임해 조속히 근본적 대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에 앞서 거리를 보란 듯이 달리고 있는 배출 기준 미달 경유차부터 엄정히 단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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