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9일 7월 중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외부 인사로 할지, 내부인사로 할지 등은 11일 중진연석회의에서 결정하기로 미루었다. 새누리당은 이날 4ㆍ13 총선 당선자 총회에서 비대위의 성격과 구성, 낙천 인사의 복당 문제 등 당내 현안을 논의했다. 예상대로 계파 입장에 따라 의견이 갈리고, 갑론을박이 이어져 총선 참패 이후 당의 진로를 놓고 우왕좌왕해온 실태(失態)를 거듭 확인했다.
아울러 그 동안의 ‘혁신 비대위’ 대 ‘관리형 비대위’ 논란도 사실상 ‘관리형 비대위’로 정리됐다. 김명연 원내대변인은 비대위 성격과 관련, “전당대회로 가기 위한 절차를 밟고 전당대회에서 정상적 당 지도부가 정해지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속적 쇄신을 위한 특위는 잠시 얘기가 나왔으나 비대위와는 별도로 민생의제나 안건을 찾아내는 당내 상시 특위를 두자는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결정은 과반은 물론 원내 1당까지 내준 정당 치고는 패배의 충격이나 위기의식을 너무 일찍 잊어버린 것 아닌지 의심스럽게 한다. 당을 바로 세우는 방안이 당의 결속과 혁신, 쇄신 외에 달리 무엇이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관리형 비대위’ 주장이 끊이지 않더니, 끝내 그리 됐다. 새로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두 달밖에 안 남았으니 그 동안만 무탈하게 당을 관리하면 그만이라는 뜻이겠지만, 파벌 혁파를 포함한 당 쇄신 작업을 미루자는 발상과 다름없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자 총회 인사말에서 “우리당 처지가 계파적 관점에서 바라볼 큼 한가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정 계파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날 총회 결론은 달랐다. 앞서 원내 대표단 구성이 탈 계파보다 계파 안배 색채가 짙었던 것을 포함, 쇄신 의지의 진정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여당은 이날 당선자 총회에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초청해 특강을 들었다. 정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이 고쳐야 할 문제에 대해 쓴 소리를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이 자리에서 정책 논쟁이 없는 새누리당 행태를 꼬집으며 “정당이 정책 중심이어야 하는데 사람 중심의 정치를 하려고 한다. 이게 극단적으로 나타난 게 지난번 공천”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말대로 계파 혁파로 정당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지 않고는 내년 대선 전망을 비롯한 여당의 미래가 흐릿한데도 정작 당사자들은 모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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