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화 의지 찾아보기 어려운 김정은의 국가전략
북한이 8일 관영언론을 통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7차 노동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북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노동당의 사업총화는 김일성 주석 시기인 1980년 6차 대회 이후의 대내외 상황을 평가하면서 향후 대남ㆍ대외 정책,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 대강을 보면 한반도 문제의 핵심인 비핵화와 남북관계, 북미관계와 관련해 노선 변화나 진전된 제안을 찾아볼 수 없고, 기왕의 상투적 주장만 늘어놓고 있어 실망스럽다.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획기적 제안에 대한 일말의 기대는 헛되고, 36년 만의 노동당 대회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 등 김정은 체제의 치적을 선전하는 우상화 행사로 전락했다.
김정은은 비핵화와 관련해 “우리 공화국은 책임 있는 핵 보유국으로서 우리 자주권을 핵으로 침해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에 핵 전파 방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를 규정한 6자 당사국의 9ㆍ19 공동성명과 북한 핵의 불능화를 규정한 2ㆍ13 합의를 모두 무시한 채 관련국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는 핵 보유국 지위만 계속 주장한 셈이다. 나아가 미ㆍ중ㆍ러ㆍ영ㆍ프랑스 등 5개국만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한 NPT(핵확산금지조약)체제가 세계 핵안보 질서로서 유지되는 마당에 세계 비핵화 실현까지 확장한 주장은 핵 무력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나 다름없다. 같은 보고대회에서 “명령만 내리면 원수들의 정수리에 선군 조선의 핵 뇌성을 터뜨릴 것이며 서울 해방작전, 남반부 해방작전을 단숨에 결속할 것”이라는 리명수 북한군 총참모장의 협박만 봐도 ‘책임 있는 핵 보유국’운운한 김정은 주장의 허구성은 여실하다. 김정은은 대미관계와 관련해서도 대조선적대시 정책철회,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주한미군 철수 등 상투적 주장만 되뇌었다.
반면 남북관계와 관련, 남한의 대미추종 비판과 함께 국가보안법과 같은 법제 폐기를 요구하면서도 남북군사회담 개최나 심리전ㆍ적대행위 중단, 다방면에서 각급 대화와 협상 등 남북긴장 완화를 위한 제스처를 취했다. 보고내용에서 남한과 미국 당국에 대한 거센 비난이 빠진 점에서는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 의지가 일부 엿보이지만, 한반도 긴장의 핵심인 비핵화 문제에서 진전된 협상 자세를 보이지 않고, 군 지도부의 호전적 언행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대화 제의의 진정성에 무게를 두기 어렵다.
김정은은 북한 경제의 불균형과 일부 부문의 낙후성을 이례적으로 비판하면서 경제의 균형과 지속 발전을 위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하고, 철저한 수행을 주문했다. 대외경제관계의 확대, 발전도 아울러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당 대회를 통해 핵ㆍ경제 병진 노선을 일시적 대응이 아닌 항구적 전략으로 격상한 마당이어서 국제적 고립이 심화하고 경제를 포함한 체제 불안정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 지도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북의 진로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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