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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핵 안전 신뢰 흔드는 방폐장 부실 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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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핵 안전 신뢰 흔드는 방폐장 부실 펌프

입력
2016.05.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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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0년을 쓴다고 자신했던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배수 펌프가 1년 5개월 만에 고장 났다는 한국일보 단독 보도(2일자 1ㆍ3면)는 충격적이다. 경주 방폐장 운영사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방폐장에 설치된 총 8개 배수펌프 중 7개가 지난해 9월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됐다. 지하수의 염분이 펌프 일부분을 부식시켜 누수 등이 발생했다고 한다. 배수 펌프와 연결된 배수배관 일부의 안쪽 벽에 이물질이 과도하게 끼는 문제도 확인됐다. 원자력환경공단은 이런 사실을 원자력 최고 감독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등에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 준공된 경주 방폐장은 원자력발전소나 연구기관, 병원 등에서 사용된 작업복 장갑 등 방사능 오염 정도가 낮은 폐기물(중ㆍ저준위 방폐물)을 지하에 묻어 영구 처분하는 시설이다. 땅속 130m를 파고 들어가 건설된 지하 동굴에 10만 드럼의 중ㆍ저준위 폐기물을 저장하는데, 동굴에선 하루 1,700톤의 지하수가 나온다. 펌프와 배관은 폐기물 저장고 주위를 지나가는 지하수를 모아 바깥으로 빼내는 설비다. 여기에 이상이 생기면 지하수가 저장고 안으로 침투해 지하수 오염을 빚을 수 있다. 정부는 지하수 오염 우려를 들어 방폐장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회 일각의 우려를, ‘세계적 수준의 첨단시설’이라고 반박해왔다.

한국일보 보도를 통해 방폐장 부실 배수 시스템이 교체된 사실이 알려지자, 원안위는 현실적 관리감독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개선방안을 다짐했다. 그간 방사성 폐기물을 직접 보관하는 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사일로)과 방폐물을 담는 드럼 등 방사능 누출 위험이 높은 시설만 사전보고나 심의를 통해 감독했지만, 앞으론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방폐장 사무실과 차고 등 ‘일반설비’의 안전강화 방안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방폐장의 안전기준은 아무리 엄격해도 지나침이 없다.

방폐장은 그 동안 숱한 안전성과 신뢰도 논란을 불렀다. 정부가 부지 선정에 나선 지 29년이 지나서야 방폐장이 가동된 것도 그 때문이다. 반핵 시민단체들은 아직껏 경주 방폐장의 방사능 안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까지 2단계 공사를 마쳐 경주 방폐장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폐연료봉 등 고준위 폐기물 처리 시설을 마련해야 할 커다란 과제도 앞두고 있다. 모두가 방사능 안전에 대한 국민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 어렵게 쌓은 믿음이 어이없이 무너지지 않도록, 경주 방폐장의 안전성 확보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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