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서울 태평로에서 운영해온 플라토미술관 마지막 전시로 중국의 차세대 대표 작가 리우 웨이(44) 개인전을 28일부터 연다.
1999년 로댕갤러리로 출발해 2011년 지금 이름으로 바꾼 뒤 동시대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소개해온 플라토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마지막으로 8월 31일 운영을 종료한다. 홍라영 삼성미술관 총괄부관장은 “(플라토미술관이 문을 닫아도)삼성문화재단이 그 정신을 계승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관의 마지막을 지켜보게 된 리우 웨이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달 전에 접한 폐관 소식에 유감을 표한다”며 “전문적인 전시공간들이 점차 없어지는 상황에서 플라토미술관까지 문을 닫아 아쉽다”고 말했다.
리우 웨이는 중국 천안문 사태 이후 성장한 2000년대 대표작가로 꼽힌다. 이전 세대의 작가들이 서구의 시선을 표방하는 작품으로 주목을 받은 데 비해 리우 웨이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중국을 표현했다. 그는 건축 폐기물이나 버려진 책 등을 활용함으로써 자기반성적 시각으로 바라본 중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개발의 현장이 된 중국의 모습을 표현한 그의 작품은 동시에 인류가 맞닥뜨린 도시화 문제 등과도 연관돼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서구적 시각의 답습이나 중국적 이국주의를 표방하지 않고도 현대미술사의 큰 축으로 자리한 리우 웨이는‘중국 작가의 세대 교체를 이뤄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시에는 설치, 회화,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리우 웨이의 작품 12점이 출품된다. 데뷔작 ‘참을 수 없는’(1999)부터 신작 ‘파노라마’(2016)까지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 작가의 20년 가까운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 ‘파노라마’인 이유기도 하다. 특히 독특한 재료로 권력 체계를 표현한 ‘파노라마’(2016)는 플라토미술관의 상징이라 일컬어지는 로댕의 ‘지옥의 문’’칼레의 시민들’과 같은 공간에 전시돼 강렬한 대비를 자아낸다.
리우 웨이가 2009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하찮은 실수’는 건축 폐기물을 재료로 만들어졌다. 도시와 농촌의 경계지역에서 거주하는 리우 웨이는 도시 개발 과정에서 버려진 건축 자재 등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파괴와 재건축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작품은 끊임없이 발전하며 동시에 많은 것을 잃어가는 중국의 모습을 포착한다. 리우 웨이를 전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기여한 ‘풍경처럼’(2004)도 눈길을 끈다. 언뜻 전통적인 중국의 산수화로 보이는 이 작품은 사실 풍경이 아닌 인체의 둔부를 찍은 흑백사진으로 2004 상하이 비엔날레에 출품돼 큰 관심을 모았다. 이번 전시는 8월 14일까지 열린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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