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대표ㆍ당 지도부 등 20여명
“호남서 계속 회초리를 들어 달라”
총선 후 첫 민심 되찾기 행보 불구
당 요청 행사에 시장ㆍ시의원 불참
국민의당 행사는 성황 이뤄 대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25일 4ㆍ13 총선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았지만, 등돌린 호남 민심을 되찾기엔 역부족이었다. 김대표가 마련한 지역 간담회에 더민주 소속의 시의원들이 보이콧하고, 광주시장은 당이 요청한 기자회견에 불참하는 등 광주에서 전승(8석)을 올린 국민의당의 위세에 짓눌린 모습이 역력했다.
김 대표는 이날 이종걸ㆍ정세균ㆍ김부겸ㆍ이춘석 등 당 지도부와 중진급 당선자 등 20여명을 대동해 광주를 찾았다. 김 대표는 우선 국립 5ㆍ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방명록에 “희망의 수권 정당이 되겠습니다”라고 남긴 뒤 무거운 표정으로 추모탑에서 묵념과 헌화, 분향을 했다. 그는 민주열사들의 묘소에서 묵념한 뒤 “더민주의 변화를 위해 호남에서 계속 회초리를 들어달라. 자만하고 안주하려는 기미가 보이면 사정없이 죽비를 내려쳐달라”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호남민심이 대선승리의 약이 돼야 한다”고까지 말했지만 돌아온 건 ‘푸대접’이었다. 광역ㆍ기초 단체장 및 지방 의원들과의 간담회가 오후 1시에 예정돼 있었지만, 13명의 시의원들이 대거 불참해 10여명의 구의원들로만 진행됐다. 이들은“정부예산과 지역 현안에 협조를 구하기 위한 중요한 일정이 오래 전에 잡혀 있었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으나, 정작 찾아간 곳은 국민의당이 주최한 행사장이었다.
광주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제20대 광주ㆍ전남 국회의원 당선자 교례회’에는 국민의당 광주ㆍ전남 지역 당선자 15명과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낙연 전남도지사를 포함, 각급 의회 의장과 군수 등 지역 정가 수장 수십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호남을 일으키는데 힘을 모으고, 호남 발전을 주도하겠다”며 위세를 과시했다. 더민주 소속 윤 시장은 당초 지도부로부터 김 대표의 지역 언론 기자 간담회에 동참해 줄 것으로 요청 받았으나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일을 예상이라도 한 듯 김 대표는 “호남의 지지 없는 제1당은 많이 아프다”며 낮은 자세를 취했고, “몇 번의 호남 방문과 사과로 호남민심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 생각 하지 않는다”며 지속적인 호남 구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더민주의 간담회에 불참한 한 시 의원은 “더민주가 50여명의 지방 의원들을 모아 놓고 광주 민심을 듣겠다면서 잡은 간담회 시간이 고작 40분에 불과했다”며 “얼마나 형식적인 행사냐”고 비판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호남 홀대가 딴 게 아니다. 이게 그 단면”이라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광주=정민승ㆍ정재호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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