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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ㆍ일본 상반된 과거사 인식, 역사 교과서에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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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ㆍ일본 상반된 과거사 인식, 역사 교과서에 그대로

입력
2016.04.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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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가해국 인정하고 상세히 서술

풍부한 사료와 탐구과제 제시도

日, 전쟁범죄 짧은 서술인 반면

미국의 원폭투하 등 피해 부각

일본 야마카와출판사의 '해설 일본사B'의 표지

독일 클렛출판사의 '역사와 사실 4'의 표지.

“1941년 발표된 ‘선전(宣戰)의 조서’에서는 미영 양국이 경제단교를 통해 일본의 생존 자체도 위협했기 때문에 일본은 자존자위를 위해 전쟁에 호소했다고 한다.”(일본 교과서 ‘해설 일본사B’)

“독일군과 나치돌격대는 폴란드를 침공한 직후 폴란드인들을 강제노동을 위해 끌고 갔고 유대인 학살을 계획적으로 시작했다.”(독일 교과서 ‘역사와 사실 4’)

일본과 독일 두 나라 역사교과서를 비교한 결과 2차대전 전모 및 전쟁 책임의 서술에 있어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세대에 역사의식을 전승하는 교과서의 내용 차이는 양국의 상반된 과거사 반성 태도를 강화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한국역사교육학회가 최근 발간한 학회지 ‘역사교육연구’에 게재된 김가영씨의 논문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독일과 일본 역사교과서의 비교분석: 전쟁에 대한 기억과 반성’은 양국의 교과서를 이렇게 분석했다. 김씨의 석사학위(고려대 교육대학원) 논문을 요약한 것으로 한국 기준으로 고등학교 과정에서 양국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역사교과서를 골라 2차대전 관련 단원의 내용을 비교했다. 일본은 야마카와(山川)출판사의 ‘현대의 일본사A’, 독일은 클렛출판사의 ‘역사와 사실 4’ 등을 비교했다.

독일 교과서는 자국이 전쟁 가해국임을 인정하며 전쟁범죄의 사례와 피해 규모를 상세하게 기술했다. 예컨대 홀로코스트를 ‘독일인이 유대민족에 행한 범죄’로 명확히 정의하고 많은 지면을 할애해 재산 몰수, 추방, 강제수용소 이송, 학살의 전개 과정을 상술한다. 이틀 간 유대인 3만3,771명이 희생된 바비야르 학살의 생존자의 법정증언, 가스실에서 집단 살해된 시체를 소각했던 인부의 진술 등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사료도 풍부하게 실었다.

반면 일본 교과서는 자국이 자행한 전쟁범죄보다 미국의 원폭 투하, 연합국 공습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서술하며 자국민 피해를 부각시켰다. 예컨대 ‘일본판 홀로코스트’라 할 만한 난징학살에 대해선 두어 문장으로 짧게 서술하거나 각주로만 설명한 반면, 원폭 피해에 대해선 자국민 희생자 규모, 후유증 등 참상을 상술했다. 논문은 이에 대해 “침략은 일부 정치인과 군인들이 저지른 것이며 일본 국민도 그 피해자라는 논리로 그들의 전쟁협력에 대한 죄의식을 걷어내고자 하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교과서에 “(나치에 의한)유대인들의 추방 행렬에 직면했을 때 대부분의 독일인들을 무시해 버렸다”고 적시하며 집단책임을 묻는 독일과는 사뭇 다른 태도라는 것이다.

교과서 구성상 차이도 크다. 독일 교과서는 소단원이 끝날 때마다 ‘나치가 국민의 저항 없이 소수자에 테러를 할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을 찾으시오’ ‘나치에 저항했던 이들의 목표와 동기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시오’ 등 94개의 탐구과제를 제시, 학생들이 스스로 역사적 견해를 갖도록 유도했다. 증언 편지 연설 보고서 등 당시 경험을 보여주는 일상사ㆍ미시사 관련 참고사료를 풍부하게 제시하는 것도 독일 교과서의 특징이다.

반면 일본 교과서는 이러한 탐구과제나 참고사료는 거의 없이 주로 지배층 관점의 정치사 서술로 일관한다는 것이 논문의 판단이다. 독일 교과서엔 중요하게 다뤄진 군국주의 체제에 대한 저항운동이 일본 교과서엔 전혀 나타나지 않는 점도 지적할 대목이다. 김씨는 “양국의 전후 책임규명 작업 수준, 객관식과 논술(구술)로 갈리는 대입시험, 정치ㆍ사회적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역사의식과 역사교과서 내용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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