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로 공장 관리 22억 유치 中진출 눈앞
실패한 반려동물 생활 분석 서비스
KT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덕에 사업모델 수정
“실패했을 땐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지만 도전과 성취에 중독돼 매번 다시 일어섰고, 이제는 글로벌 진출까지 바라보게 됐다.”
사물인터넷(IoT) 스타트업 울랄라랩을 이끄는 강학주(42) 대표는 요즘 단꿈에 젖어있다. 울랄라랩의 스마트공장 IoT 플랫폼이 국내외에서 22억원의 투자를 유치한데다가 올해는 중국 시장까지 진출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업체의 중국 공장과 계약을 진행 중”이라며 연신 뿌듯해 했다.
울랄라랩은 IoT 기반 스마트 감지기 ‘위콘’(WICON)을 개발해 공장 관리 서비스 ‘윔팩토리’를 완성했다. 공장 설비에 부착된 위콘이 실시간 운영 정보를 수집,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해 분석하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압착 방식으로 생산하는 신발공장 공정은 온도에 상당히 민감한데, 설비 온도가 바뀔 경우 이를 감지해 곧바로 공장 관리자의 스마트폰이나 PC 등에 경보가 울리게 하는 식이다. 데이터가 서버에 쌓이면 불량이 나오지 않도록 최적 환경을 조성하는 등 빅데이터 분석도 가능하다. 기존 프로그램을 도입하려면 최소 1억원 가량을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윔팩토리 요금은 월 30만원에 불과하다.
“시장보다 너무 늦거나 빨라서
세 번 창업 실패 노숙생활 경험도
리서치社 시장조사 위탁 경계하고
청년에 스타트업 실패 사례 알려야”
강 대표가 사업 구상 초기부터 위콘을 공장 설비에 붙이려 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반려동물 목줄에 달 생각을 했다. 반려동물의 생활유형을 분석해주는 ‘윔펫’ 서비스 출시를 위해 2013년부터 쏟은 투자비만 5억원이다. 그러나 출시도 못해보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유사 서비스가 한발 먼저 상용화됐는데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 대표가 아이디어만 가지고 뛰어들었다 부족한 시장 조사로 고배를 마신 건 윔펫이 세 번째다. 컴퓨터언어를 전공한 그는 졸업을 앞둔 1996년 첫 스타트업을 차렸다.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넘어가던 시기로 PC통신업체들은 기존 서버와 인터넷 전용 서버를 별도로 운영했다. 강씨는 이를 통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었다. 당시 시장 2위 PC통신업체 하이텔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지만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이번에도 시장 예측에 실패했다. 그는 “인터넷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통합 프로그램 자체가 필요 없게 됐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극찬과 대형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에서 한 순간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직원들 월급 때문에 사채까지 끌어다 써야 했다. 강 대표는 “1990년대는 회수 조건 투자여서 투자는 곧 대표의 빚이었다”며 “도망 다니느라 대구에서 노숙 생활을 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빚은 PC방 아르바이트와 PC방 개점을 돕는 일로 해결했지만 실패는 또 이어졌다. 온라인 콘텐츠를 선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하는‘마이픽업’ 서비스를 2009년 내놨다. 그러나 이번엔 너무 빨랐다. 소비자들이 콘텐츠 수집과 공유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았던 탓에 시범 서비스만 75차례나 바꾸다 결국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러나 1년 뒤 나온 유사 서비스 ‘핀터레스트’는 현재 기업공개(IPO)까지 준비 중이니 실패는 더 썼다.
세 번의 실패 끝에 강 대표는 윔팩토리로 다시 일어섰다. 반복한 실패에서 얻은 건 철저한 시장 조사의 중요성이었다. 윔펫 사업을 포기하고 사업 모델을 스마트 공장으로 틀지 않았다면 네 번째 실패를 했을 지도 모른다. 경험과 노하우가 적은 스타트업이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사업 전반을 진단하고 경쟁력을 따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위콘 사업모델 수정에 KT가 운영 중인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이 컸던 이유다. KT IoT 부서의 지속적인 멘토링 끝에 반려동물 시장에 국한하기 보다는 데이터 송ㆍ수신과 분석 기술에 집중해 사업방향을 스마트 제조 솔루션으로 전환하게 됐다.
강 대표는 스타트업 시장 조사의 문제점 중 하나로 ‘리서치 업체에 위탁하는 관행’을 꼽았다. 그는 “리서치업체에 의뢰하면 기본 1,000만원에 설문 항목을 늘릴수록 200만원이 추가되는 방식인데 이런 시장 조사는 90% 이상 좋은 반응이 나온다”며 “막상 상품을 내놓고 사라고 하면 아무도 안 사는 일이 벌어지니 비용만 들고 매출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시장 경험이 부족한 젊은층에게 스타트업을 권유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경계한다. 강 대표는 “대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지원 대부분은 대출 형태로 자본금을 조달해 주는 것”이라며 “성취가 큰 만큼 위험도 큰 게 스타트업인 만큼 무조건 부추기기 보다는 실패 사례 등에 대해서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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