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실업 땐 추경 등 지원 불가피
국책은행 자본 확충도 논의할 듯
산업 구조조정이 최대 경제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구조조정 과정에 필요한 재원 조달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재정 고삐를 죄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작정 돈 풀기에 나설 수는 없어, 조달 방안을 둘러싸고 여야간, 정부기관간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개별기업 회생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이고, 나머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직한 근로자들을 지원하는 비용이다. 회생 관련 비용에는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운영자금 지원, 구조조정을 지원한 국책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한 정부 증자자금 등이 포함된다. 또 실직 근로자 지원 비용에는 실업수당이나 생활안정자금, 각종 일자리 지원(전직ㆍ구직 서비스) 비용 등이 들어간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방안이 추경 편성 등을 통한 재정대책이지만, 정부는 이번 구조조정에 정부재원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구조조정 기업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여론의 지지를 얻기도 어렵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4일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는 외생변수 탓에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했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자발적으로 시작한 구조조정이라 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명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기업 지원이 아닌 실업문제에 대해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조선ㆍ해운업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실업이 발생하게 된다면 추경 편성 등 정부 지원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 중 하나가 ‘경기침체나 대량실업 등 중대한 대내외 요건 변화’이고, 야권에서 실업대책을 구조조정 선제 조건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박진 교수는 “실업의 문제는 현재의 사회보험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부족한 경우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직접 담당하는 국책금융기관이 채권 발행을 늘려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부실을 떠안게 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악화된 자본건전성을 확충하기 위해 증자를 하거나 후순위채 등을 발행하는 방안이다. 산은 측은 “대우증권 매각 대금이 들어온 것도 있어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부는 26일 산업ㆍ기업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제기한 양적완화 방안(한국은행의 산은 채권 인수)는 야당 반대로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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