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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그 때 두 눈을 기억합니다”… 어른들 부끄럽게 한 예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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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그 때 두 눈을 기억합니다”… 어른들 부끄럽게 한 예진이

입력
2016.04.16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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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변화는 열정 가진 젊은이의 몫”

2주기 ‘기억식’ 정치권 등 3000여명 참석

유가족 진상규명 요구…”잊지 않겠다” 다짐

안산시내 추모문화제, 행진 등 이어져

세월호 침몰 참사 단원고등학교 생존자 학생과 학부모들이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아이들은 이 잔인한 현실이 꿈이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그러나 합동분향소에서 꽃다운 삶을 마감한 친구들 얼굴을 마주한 순간 아이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오열하고 말았다. 이들이 고통을 극복하고 예전의 활달했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들에게 큰 상처를 입힌 우리 사회와 어른들의 몫이다.
세월호 침몰 참사 단원고등학교 생존자 학생과 학부모들이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아이들은 이 잔인한 현실이 꿈이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그러나 합동분향소에서 꽃다운 삶을 마감한 친구들 얼굴을 마주한 순간 아이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오열하고 말았다. 이들이 고통을 극복하고 예전의 활달했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들에게 큰 상처를 입힌 우리 사회와 어른들의 몫이다.

“박근혜 대통령님, 체육관을 방문해 꼭 살리겠다며 부모님의 손을 잡을 때 그 두 눈을 기억합니다. 그런 정부가 어쩌다 우리의 적이 되었을까요?”

16일 오전 10시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추모하는 ‘기억식’이 열린 경기 안산시 단원구 정부합동분향소. 사랑하는 언니를 떠나 보내고 폭풍같이 휘몰아친 고통을 오롯이 이겨낸 10대의 외침은 어른들을 부끄럽게 했다. 안산단원고등학교 2학년3반 고(故) 박예슬양의 동생 예진양은 나약하고 어리기만 한 학생이 아니었다. 지난 2년 “무능과 무관심”으로 일관한 정치인들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훈계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었다.

‘기억하는 말’ 끝 순서로 나선 예슬양은 “역사를 보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나이 드신 분이 아니라 열정을 가진 젊은이라고 한다”며 “멋진 나라의 본보기, 역사의 주인이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

하늘나라에 먼저 간 언니에게는 “아직까지도 언니의 목소리와 숨소리가 들리고 손의 온기가 잊혀지지 않는다”며 “눈을 가린 정부에 맞서 싸우는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안산시 전역에 추모의 사이렌이 1분간 울리며 시작된 기억식은 이렇게 제 나라 국민 ‘304명’을 구해내지 못한 어른들을 질책하고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자리였다. 미루지 말고 참사의 진실규명을 위해 나서달라는 간곡한 외침이 메아리 쳤다.

기억식은 이준석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과 이석태 4ㆍ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위원장, 남경필 경기지사, 이재정 경기교육감, 원유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유가족, 시민 등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20분 가량 진행됐다.

기억식에서는 묵상과 예진양 등 참석자 7명의 기억하는 말, 기억영상 시청, 기억 시 낭송, 416가족합창단과 가수 조관우의 추모공연, 공동선언문 낭독 등이 이어졌다.

분향소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희생 학생들의 마지막 모습과 유가족 활동상 등이 담긴 영상을 보며 비통한 눈물을 흘렸다.

16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원유철 비대위원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 정의당 심상정 대표(앞줄 왼쪽 네 번째),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 표창원 당선인 등 정치인들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원유철 비대위원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 정의당 심상정 대표(앞줄 왼쪽 네 번째),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 표창원 당선인 등 정치인들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명선(단원고 2학년7반 고 찬호군 아버지) ‘4ㆍ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다시 봄이 왔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4월16일’이라는 참담한 현실을 맞는다”며 “참사의 이유를 밝혀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면 그제서야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결과를 보며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진실을 외면하고 독선과 독단으로 국민을 무시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면서 “국민은 결코 순응하거나 속지 않았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 노란 리본을 다는 작은 행동을 끝까지 해 나가달라”고 부탁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당신들의 꿈을 이어가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교육감은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힘을 모으고 함께 하겠다”며 “장학재단을 만들고 4ㆍ16 교육체계도 이뤄내겠다. 기억을 넘어 희망을, 아픔을 넘어 변화를 반드시 만들 것”이라고 목 메여 약속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학생이 가는 곳이 가장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것이 희생자를 기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성심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가족들은 기억식 말미 10가지 요구를 담은 ‘공동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과 정치권에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하고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특조위와 언론, 지방자치단체 등에도 성역 없는 조사와 사실에 근거한 보도, 4ㆍ16 기억교육 실행, 안산시민 공동체 회복 등을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며 “성찰과 실천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4ㆍ16가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는 단원고, 고잔동주민센터 등을 돌아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으로 오는 ‘진실을 향한 걸음’ 행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미수습자 9명이 가족의 품으로 온전히 돌아오기를 염원하는 뜻에서 그들의 모습을 본뜬 하얀색 인형과 304개의 꽃 만장, 탈 등을 들고 긴 행렬을 이뤄 5.2km 가량을 묵묵히 걸었다.

다시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으로 돌아온 유가족들은 북소리 연주와 청소년 합창단, 기타연주자가 참여하는 추모문화제 ‘봄을 열다’를 개최하고 ‘하늘의 큰 별’이 된 아들, 딸, 선생님들의 넋을 위로했다.

기억식 때까지만 해도 파랗던 하늘은 오후 들어 간간이 봄비를 흩뿌리며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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