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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적립금, 공격적 투자’ 커지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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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적립금, 공격적 투자’ 커지는 논란

입력
2016.04.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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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는 1년 단기보험인데

기재부, 재정 건전성 높이려

외부 위탁해 장기투자 추진

시민단체 “보장성 강화에 써야”

주무 부처인 복지부도 반대 입장

고용ㆍ산재보험 적립금까지

재정 건전화 방안에 포함

정부 “자금 흐름 분석 후 여윳돈만”

국민들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사용되어야 할 건보 적립금을 정부가 외부에 위탁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기로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단기보험이라는 건보운용체계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건보보장성 확대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건강보험 적립금은 건보 적용 확대에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9일 ‘7대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를 구성하고 적립금을 적극 투자하겠다는 발표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기재부는 재정건전성을 높이겠다며 사회보험 적립금의 해외ㆍ대체투자 등 투자를 다변화하고, 투자기간도 5~10년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건보 적립금이다. 건보는 1년 동안 필요한 보험료를 걷어서 그 해에 모두 사용하는 단기보험이다. 보험료를 적립해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과는 운용체계가 다르다. 만약 1년간 의료비로 지출하고 남는 돈(적립금)이 있다면, 이는 감염병 유행 등 비상 사태에 대비하거나 건보가입자인 국민의 이익을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건강보험은 특성상 갑자기 감염병이 발생해 진료비가 급증하는 등 적립금을 바로 투입해야 하는 때가 있다”며 “기재부 방안은 이런 돈을 투자를 위해 묶어두겠다는 것이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건보공단은 현재 16조9,800억원의 적립금을 은행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정적인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적립금을 보장성 강화에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최근 7년 연속 건보 흑자가 난 이유는 많은 국민들이 높은 본인부담금 때문에 병원 이용을 줄였기 때문”이라며 “적립금은 건보 보장성 확대에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건보료는 계속 올랐지만 건보 보장률은 2009년 65%에서 2013년 62%로 뒷걸음질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4.9%)보다도 한참 낮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기재부 방안에 반대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재정당국이 적립금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려는 것은 건보에 대한 국고 보조금을 줄이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정부는 한 해 필요한 보험료의 20%를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돼 있는데, 고위험 장기 상품에 투자해 적립금의 덩치가 커지면 국고 지원을 축소할 명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현재 법 상 정해진 20%보다 낮은 14% 정도만 건보에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건강보험 체계가 유사한 대만의 경우 국고 지원 비중이 27% 정도다.

한편 건보처럼 1년 단기보험으로 운용되는 고용ㆍ산재보험 적립금 역시 7대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에 포함돼 있어 논란이다. 이광호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정책팀장은 “고용보험은 대량 실업 등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인출해서 써야 하는 돈으로 장기적 안목보다 단기적인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건강보험은 국민, 고용보험은 노사가 납부한 돈으로 운영되는 사회보험이므로, 적립금은 각각 가입자들의 이익을 위해서 써야 한다”며 “정부가 마치 자신들의 쌈짓돈인 것처럼 투자 결정을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건보나 고용보험의 적립금을 전부 장기 투자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금 흐름을 분석해 남는 돈은 조금이라도 이율이 높은 곳에 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라며 “재정건전성 확대와 국고보조금 지급은 별개의 문제로 보조금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라고 해명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획재정부의 건강보험 적립금 투자 방침을 비판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적립금으로 건보 적용을 확대해 의료비를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운동본부 제공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획재정부의 건강보험 적립금 투자 방침을 비판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적립금으로 건보 적용을 확대해 의료비를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운동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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