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서 국민의당 바람이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녹색바람’의 진원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강철수’ 이미지를 얻은 안철수 공동대표 효과라는 분석과 함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대한 반감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5일 국민일보와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주 11%대에 머물던 국민의당 지지율은 14.6%를 기록했다. 호남에서의 당 지지도 역시 27.6%에서 42.1%로 급등하면서 더민주를 앞섰다.
이와 관련, 김영환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이제 호남에서 (더민주가) 제압됐다고 생각한다”며 “‘녹색돌풍’이 수도권으로, 서울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천정배(광주 서을), 주승용(전남 여수을), 박주선(광주 동ㆍ남을) 등 호남 출신 다선 의원들은 녹색바람의 확산을 위한 수도권 출장 지원유세를 검토하고 있다. 어느 정도 호남 판세가 국민의당으로 기울었다는 판단도 있지만, 안 공동대표가 출마한 서울 노원병 외에 당선자가 없을 경우 이른바 ‘호남 자민련’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국민의당의 선전의 배경에 ‘안철수 효과’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더민주의 야권 단일화 요구에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하며 ‘강철수’ 면모를 보일 때마다 당의 지지도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새누리당도 공천 갈등으로 지지도가 하락했다”면서 “새누리당 지지층 일부도 국민의당으로 옮겨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창당 이후 야권 통합을 둘러싼 지도부 간 갈등으로 주춤했지만, 안 공동대표가 본격적인 선거국면에 들어선 뒤 ‘연대 반대’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지지도 상승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안철수 효과’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당이 아직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풍’의 효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민의당 바람은 지역적 현상이다. 호남에서의 인기는 더민주, 반문재인 정서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보는 게 옳다”고 했다. 실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 같은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일주일 사이 두 번이나 ‘남행열차’에 몸을 싣는가 하면, 지난 주말 호남지역 유세에서 “더민주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며 ‘반문재인 정서’ 누그러뜨리기에 안간힘을 기울였다.
이밖에 국민의당의 선전이 김종인 대표 탓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물론 호남에는 지역 홀대에 따른 반문재인 정서가 있지만, 그가 호남 내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문재인 정서는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며 “권위적인 리더십으로 더민주의 지지층인 20~40대에게 큰 반감을 주고 있는 김 대표의 행보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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