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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했던 액티브X 폐지, 밀어붙이기 개혁 ‘빈수레’

입력
2016.04.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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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E로 대체 불구 불편함은 여전

복합금융점포도 사실상 개점 휴업

모 증권사 홈페이지에서 설치를 요구하는 보안프로그램 목록. 홈페이지 캡처
모 증권사 홈페이지에서 설치를 요구하는 보안프로그램 목록. 홈페이지 캡처

작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이처럼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를 핀테크(Finance+Technology) 발전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금융규제로 지목한 뒤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바로 다음 달인 2월에는 액티브X를 이용해 설치하던 각종 보안프로그램 의무 사용 규정을, 3월에는 인터넷뱅킹의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 규정을 연이어 폐지했다. 2008년에도 금융위를 중심으로 액티브X 합동 대책반을 만들었음에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정부가 대통령 몇 마디에 신속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밀어붙이기식 개혁’이 실효성 없이 이벤트에만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액티브X 관련 규제 개선도 요란하기만 했지 정작 금융사나 소비자 입장에선 바뀐 게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액티브X 대신 공인인증서 보안, 개인PC방화벽, 키보드 보안 등 EXE방식의 이른바 ‘보안 3종 세트’를 내려 받아야 하는 불편함은 여전하다. 이영환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액티브X가 EXE로 대체됐을 뿐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하나도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규제 완화가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금융위는 올해 6월부터 보험 상품 사전신고제를 사후보고제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앞으로는 개성 있는 상품 출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지금까지는 보험상품 출시 전 보험사가 사전 신고를 위해 금융당국과 협의하면서 상품의 손해율(전체 보험료 중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비율) 관리가 어느 정도 가능했는데, 앞으로는 이런 리스크 관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중소형 보험사 사이에서는 “이젠 대형사만 쫓아가야 할 처지”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인터넷 금융거래 등을 할 때마다 이용자에게 설치가 강요되는 엑티브 엑스. 아직도 국내의 후진적 웹 보안 방식과 그들만의 카르텔에 이용자들의 속이 터지고 있다. 김주성기자
인터넷 금융거래 등을 할 때마다 이용자에게 설치가 강요되는 엑티브 엑스. 아직도 국내의 후진적 웹 보안 방식과 그들만의 카르텔에 이용자들의 속이 터지고 있다. 김주성기자

금융당국이 지난해 8월 대대적 홍보와 함께 복합금융점포에서 보험사를 입점하게 허가해 준 것 역시 의욕이 앞선 사례로 꼽힌다. 정부 방침에 따라 금융지주사들이 떠밀리듯 복합금융점포 문을 열었지만, 이곳에 입주한 보험 점포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월 판매 실적이 2, 3건에 불과할 정도다. 보험 점포는 은행 내부에 칸막이를 두고 별도 공간에서 보험상품을 모집해야 하는 데다 은행 직원이 고객을 보험 창구로 안내하는 행위가 금지되는 등 다른 규제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첫 실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최고의 엘리트 직원들을 복합점포 창구에 배치했는데 파리만 날리는 날이 대부분”이라며 “금융당국이 무리하게 밀어 붙인 탓에 피해가 고스란히 금융사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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