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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고가 수입차 잡으려다 나라 곳간 태울라

입력
2016.03.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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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의 ‘씽크탱크’ 격인 국회예산정책처(NABO)에서 최근 자동차세와 관련한 세수 추계를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자동차세 산정 방식을 바꾸면 연평균 1조3,000억~3조4,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 이 분석의 결론입니다.

도대체 어떤 법안이기에 나라 곳간을 연간 조(兆)단위만큼이나 ‘펑크’를 낸다는 것일까요? 문제의 법안은 자동차세 부과 방식을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 입니다. 여야 의원 12명이 함께 발의했고, 지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안전행정위원회에 걸려 있습니다.

현행 자동차세 산정방식과 국회 계류 법안 방식 비교 <자료: 국회예산정책처>

이 법안은 어떤 내용일까요? 잘 아시다시피 지금 자동차세는 배기량(㏄)이 기준인데요, 현행법에 따르면 비영업용 기준으로 배기량 1,000㏄까지는 ㏄당 80원, 1,000㏄ 초과 1,600㏄ 이하는 ㏄당 140원, 1,600㏄ 초과는 ㏄당 200원을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배기량이 클수록 부담이 커지는 셈입니다. 1967년 도입된 방식인데, ‘높은 배기량=고급차’라는 등식이 통했던 시기에 만들어 진 법입니다.

이에 반해 심 의원 등이 낸 법안은 이걸 가격 기준으로 바꾸자는 겁니다. 세금 산정 방식이 다소 복잡한데요, 그대로 소개해 드리자면, 차량가액 1,000만원 초과는 4만원+가액의 0.09%, 1,000만~2,000만원 이하는 13만원+가액의 1.5%, 2,000만~3,000만원 이하는 28만원+가액의 2%, 3,000만~5,000만원 이하는 68만원+가액의 2.5%, 5,000만원 초과는 가액의 2.5%입니다. 이것은 마치 전기요금의 누진제처럼, 차가 비싸질수록 증가하는 기울기가 커지는 방식입니다.

왜 이런 법안이 나왔을까요? 발의 의원들이 법안에 적시한 이유를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배기량이 낮으면서도 성능이 더 좋고 가격이 비싼 자동차의 소유자가, 성능이 낮은 저가의 자동차 소유자에 비하여 오히려 자동차세를 적게 내는 조세부담의 역진성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승용자동차에 대한 자동차세 산정방식을 현행 배기량 기준에서 자동차의 가액 기준으로 변경하여 성능이 더 좋은 고가의 자동차를 소유할수록 세금 부담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 세부모델(트림)이 2,000만원대에 있는 현대 쏘나타(2.0 리터 가솔린 모델ㆍ1,999㏄)의 연간 자동차세(교육세 포함)가 51만9,740원인데, 가격이 4,000만원 후반~5,000만원대 초반인 벤츠 C200(1,991㏄)의 자동차세는 51만7,660원으로 쏘나타 세금보다 적습니다.

마세라티
국내의 자동차 관련 세금 <자료: 국회예산정책처>

결국 이 법안은 비싼 차 운전하는 사람들(보통은 부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에게 세금을 더 많이 내라고 하는 것입니다. 보통 국산차보다 수입차의 가격이 더 높기 때문에, 말을 바꾸면 이것은 “돈 많은 수입차 운전자들이 적은 세금을 내고 비싼 차를 타는 불합리함을 바로 잡아 보자”는 얘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조세정의 차원에서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선한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 법이죠. 조세정의를 노린 이 법안이 시행되면 엉뚱한 결과가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첫머리에서 소개한 결론처럼, 예산정책처는 이렇게 세금을 매기면 최대 3조원 이상 세금이 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예산정책처가 법안에 나타난대로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입니다. 수입차가 손해를 보고 국산차가 이익을 보는 제도인데, 국산차가 아직은 절대적으로 많은 현실에서 그 총합을 하면 전체 세수가 줄어드는 게 당연하겠지요.

예산정책처 추정에 따르면, 이 법안대로 간다면 나라 재정이 받는 타격에 비해 고가 자동차 소유주에게 더 걷을 수 있는 세금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3,500㏄ 이상 자동차 소유주가 더 내야 할 세금은 2,000억원 정도로 집계됐습니다.

지방세 중 자동차세의 비중 <자료: 국회예산정책처>

자동차세는 대표적인 지방세이지요. 자동차세에 부가되는 지방교육세(30%) 역시 지방교육재정에 쓰이는 재원입니다. 이 두 세금은 전체 지방세의 7~9%를 차지합니다. 결국 소수의 수입차 오너에게 세금을 더 걷으려고 하다가 안 그래도 어려운 지방재정 및 지방교육재정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겁니다. 고가 수입자 소유주를 타깃으로 하려면, 그들에게만 영향을 줄 수 있는 정교한 방법을 도입해야지 자동차세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쪽으로 손을 댔다간 효과의 수십배에 달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방세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 별다른 시뮬레이션도 없이 발의된 부분도 지적할 만합니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선진국은 배기량, 환경 요소 등을 결합한 복합 방식을 적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이제라도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적용을 확대하는 등 서서히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 교수의 말처럼 이 참에 연비나 환경 요소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한 세금 체계를 고민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선한 의도’만을 가진 몇몇 국회의원들의 독자적인 발의로 해결될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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