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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입맛대로… “독도 영유권 문제”가 “한국 불법점거”로

입력
2016.03.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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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부성 일일이 수정 압박

日 평화 해결 노력 담기도

위안부 문제 교묘한 물타기

강제성,고충 등 명시없이

두루뭉술하게 서술 강요

독도를 일본 땅으로 표시한 일본의 고교 사회 교과서. 연합뉴스
독도를 일본 땅으로 표시한 일본의 고교 사회 교과서. 연합뉴스

18일 일본 정부 검정을 통과한 새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일제히 실렸다. 위안부 관련내용도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었다는 사실을 알기 힘들도록 모호하게 서술됐다. 일본 정부가 검정 과정에서 다른 표현과 주장을 용납하지 않고 일일이 수정을 요구한 탓이다.

시미즈(淸水)서원의 고교 현대사회 신청본을 보면 독도 관련 대목은 애초 “한국과의 사이에는 시마네(島根)현에 속한 다케시마(竹島ㆍ독도의 일본식 명칭)를 둘러싼 영유권 문제가 있다”고만 서술돼 있었다. 이에 문부과학성이 “생도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다. 현재 상황과 평화적 해결을 향한 우리나라의 노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검정의견을 제시했다. 그러자 수정본에는 “(일본)정부는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는 영유권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수탁하는 등 방법으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는 기술이 첨가됐다.

제1학습사의 지리A도 당초에는 “한국과의 사이 다케시마 영유권 문제가 걸려있다”고만 기술돼 있었다. 그러나 문부성 검정에서 “현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받자 “일본 영토인 다케시마는 한국에 점거돼 일본은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인 해결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고쳐졌다.

문부성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검정을 통과하지 못하고 결국 교과서가 폐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자 대부분 대부분 출판사들이 독도 문제에서는 ‘한국의 불법점거’표현을 적시했다. 데이코쿠(帝國)서원의 지리에는 “1952년부터 한국이 일방적으로 다케시마를 자국영토라고 주장하며 해양경비대를 배치, 등대와 부두를 건설하는 등 불법점거하고 있다”고 적었고, 도쿄서적도 “일본해(동해)상의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영토지만 한국에 불법점거돼 일본은 항의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제1학습사의 정치ㆍ경제 교과서에는 “다케시마 영유권의 해결을 향해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수탁하는 것을 수차례 제안했지만 한국은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이 수정본에 추가되기도 했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아시아역사연대 회의실에서 열린 2016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기자회견에 일본 교과서가 놓여져 있다. 일본은 이날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표현과 일본군 위안부 관련 강제성 배제 등의 내용을 주장한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뉴스1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아시아역사연대 회의실에서 열린 2016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기자회견에 일본 교과서가 놓여져 있다. 일본은 이날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표현과 일본군 위안부 관련 강제성 배제 등의 내용을 주장한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뉴스1

반면 위안부 관련내용에서는 대부분이 동원의 강제성이나 피해자가 겪은 고초를 명시하지 않았다. 시미즈서원은 “일본군에 연행돼”라는 설명을 “식민지에서 모집된 여성들”이라고 바꿨고 도쿄서적은 “위안부로 끌려갔다”는 표현을 “위안부로 전지에 보내졌다”로 고치는 등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입맛에 맞게 내용을 수정했다.

위안부 문제 또한 검정과정에서 대부분 세탁이 이뤄졌다. 짓쿄(實敎)출판사의 일본사A의 경우, 당초 일본군 위안부를 “일본군의 성상대를 강요받은 여성이다. 여러 가지 강제에 의해 모집됐다”라고 설명했지만 “위안부에 대한 강제를 일본 정부가 인정하고 사죄했다”는 설명이 아예 삭제됐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18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시미즈(淸水)서원의 일본사A 교재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식민지나 점령지에서 모집된 여성들이 위안소에 보내지는 일도 있었다"(붉은선)고 기재돼 있다. 여성들을 누가 어떻게 모집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서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알 수 없게 돼 있다.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사실도 반영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18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시미즈(淸水)서원의 일본사A 교재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식민지나 점령지에서 모집된 여성들이 위안소에 보내지는 일도 있었다"(붉은선)고 기재돼 있다. 여성들을 누가 어떻게 모집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서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알 수 없게 돼 있다.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사실도 반영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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