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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에 락스를…” 원영이를 죽음으로 내몬 계모의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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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에 락스를…” 원영이를 죽음으로 내몬 계모의 학대

입력
2016.03.1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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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ㆍ계모 “원영이 암매장” 자백

평택 청북면서 시신 수습…백골화 일부 진행

거짓말탐지기 들이대도 뻔뻔한 거짓말

국과수 “굶주림ㆍ다발성 피하출혈ㆍ저체온”

신원영(7)군의 친부와 계모가 원영군을 암매장한 사실을 경찰에 자백한 12일 오전 경찰이 경기 평택시 청북면의 한 야산에서 신군의 시신을 수습해 내려오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신원영(7)군의 친부와 계모가 원영군을 암매장한 사실을 경찰에 자백한 12일 오전 경찰이 경기 평택시 청북면의 한 야산에서 신군의 시신을 수습해 내려오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경기 평택 실종아동 신원영(7)군이 12일 경기 평택시 청북면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원영이는 숨지기 전까지 락스를 온몸에 뒤집어쓰는 등 계모의 모진 학대를 견뎌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평택경찰서는 이날 오전 6시50분쯤 평택시 청북면 야산에서 원영이의 시신을 수습했다. 원영이는 친할아버지의 묘지에서 5m가량 떨어진 땅속 50cm 깊이에 옷을 입은 채 묻혀 있었으며 백골화가 반쯤 진행된 상태였다. 인근에선 삽 두 자루도 나왔다.

앞서 친부 신모(38)씨와 계모 김모(38ㆍ여)씨는 이날 새벽 “원영이를 암매장했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신씨 부부는 지난달 12일 밤 11시25분쯤 확인되지 않은 물체를 차량에 싣고 청북면을 방문했고 이틀 뒤 이곳을 다시 찾아 슈퍼마켓에서 카드로 막걸리와 초콜릿, 육포 등을 1만400원어치 구입한 사실 등을 토대로 경찰이 추궁하자 이를 털어놨다. 초콜릿을 산 근거로 같은 달 14일 외출 때 원영이의 동행 여부를 물었더니 “데려갔다”는 계모와 “아니다”는 친부의 진술이 엇갈린 게 결정적이었다.

같은 달 20일 계모는 인터넷 등을 통해 ‘살인 몇 년 형’ 등 범죄를 암시하는 키워드 검색을 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부부를 상대로 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반응이 잇따라 나오자 살해ㆍ유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펴 왔다.

계모는 카드사용 내역,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정황 증거를 들이미는 경찰에 결국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원영이를 지난달 1일 오후 1시쯤 찬물을 끼얹어 화장실에 가둔 뒤 밥을 주지 않는 등 방치했다가 다음날 오전 9시30분쯤 확인했더니 숨져 있었다”고 실토했다. 그의 진술대로라면 원영이가 20시간 넘도록 컴컴한 화장실에서 공포에 떨다 하늘나라로 간 것이다.

이들은 “이후 10일간 원영이의 시신을 이불에 감싼 뒤 집안 베란다에 숨겼다”고 했다. 그러나 살인 등의 혐의에 대해선 여전히 둘 다 부인하고 있다.

신씨 부부는 지난 4일 초등학교 입학 예정이던 원영이가 학교에 출석하지 않은 것을 이상히 여긴 학교 측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도 줄곧 “함께 길을 걷던 원영이가 사라졌다”며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심한 체벌이나 학대도 없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지난달 20일 평택시 포승읍 주거지 주변 초등학교 앞 CC(폐쇄회로)TV에 한 여성과 아이가 찍힌 영상을 제시하자 신씨 등은 “아이가 맞는 것 같다”며 태연하게 말하기도 했다. 20일 전 이미 원영이가 숨진 상황이었는데도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신원영(7)군이 계모로부터 학대를 받다 끝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친부와 계모는 신군의 시신을 열흘간 방치하다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12일 경찰에 자백했다. 신원영군 가족 제공ㆍ연합뉴스
신원영(7)군이 계모로부터 학대를 받다 끝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친부와 계모는 신군의 시신을 열흘간 방치하다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12일 경찰에 자백했다. 신원영군 가족 제공ㆍ연합뉴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는 원영이에 대한 계모의 학대, 폭행 등 석연치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계모는 지난 1월 초 화장실 바닥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원영이를 마구 때리고 이를 피하려던 원영이가 넘어지면서 변기 모서리에 이마를 부딪혀 상처가 났는데도 병원에 데려 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28일쯤에도 소변을 화장실 변기 밖으로 흘렸다며 무릎을 꿇리고 잔혹하게도 온몸에 락스를 부었다. 충격과 공포에 떤 원영이는 이후 숨지기 전까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대소변을 가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영이를 난방도 되지 않은 화장실에 감금한 뒤 밖으로 나오려던 어린 아이를 때려 못나오게 하고 하루 한끼밖에 주지 않았다. 원영이가 변기 밖으로 소변을 흐르게 하면 화장실 청소용 플라스틱 솔로 수 차례 온몸을 마구 폭행하기도 했다. 어린 원영이가 3개월 여간 계모에게 모질게 시달려온 것이다.

원영이의 친모와 이혼(2014년4월) 하기도 전인 2013년6월부터 김씨와 동거하다 이혼 3개월여 만에 결혼한 친부 신씨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았다.

지난달 12일 밤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자택 현관 앞에서 원영이 친부 신모)씨와 계모 김모씨가 시신을 차에 싣고 있는 CCTV 캡처 영상이다. 평택경찰서 제공ㆍ연합뉴스
지난달 12일 밤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자택 현관 앞에서 원영이 친부 신모)씨와 계모 김모씨가 시신을 차에 싣고 있는 CCTV 캡처 영상이다. 평택경찰서 제공ㆍ연합뉴스

친부의 방임 속에 장기간 이뤄진 계모의 악랄한 행위는 이날 원영이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확인됐다. 국과수는 “원영이가 굶주림과 다발성 피하출혈 및 저체온 등 복합적 요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냈다.

원영이의 머리부위에서는 장기간 폭행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발성 혈종(피고임 현상)이 관찰됐고 이마 부위 피부 조직은 락스 학대로 인한 섬유화 현상(딱딱해짐)이 나타났다.시신의 피하에는 지방이 별로 관찰되지 않았고 위에서는 내용물이 거의 없어 영양실조 상태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왼쪽 쇄골이 엇갈린 상태였는데 이는 오래 전 외상에 의해 발생한 뒤 치유되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이마를 변기에 부딪쳐 다친 상처와 온몸에 다수의 멍 자국도 있었다.

원영이는 키가 112.5㎝로 같은 또래의 하위 10% 수준이었고, 몸무게는 저 체중인 15.3㎏에 불과했다.

경찰은 국과수 소견을 토대로 계모와 친부에게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하는 한편 원영이 친모(39), 할머니와 살아온 누나(10)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친모는 지난 10일 수원지법 평택지원에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신청을 냈다.

경찰 관계자는 “장례비와 유족부조금 등 물질적 지원과 함께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생활이 열악한 할머니에 대해선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을 평택시에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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