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급 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은 9, 10, 12, 13, 15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내 특별 대국장에서 열린다. 자연광이 많이 들어오는 조용한 방에서 세기의 대국이 펼쳐진다.
실제 대국에는 손이 없는 알파고를 대신해 구글 프로그래머이자 바둑 6단인 아자 황이 이세돌 9단의 상대로 나선다. 아자 황 6단은 미국 중서부의 구글 서버에 들어있는 알파고와 인터넷으로 연결된 모니터를 통해 알파고의 수를 확인하고 대신 바둑 돌을 놓는 역할을 한다.
대국 규칙은 한국식이 아닌 중국식을 따른다. 알파고가 지난 18개월간 중국 규칙에 따라 훈련해 온 점을 감안, 이세돌 9단과 합의 하에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고 시작하는 중국식을 따르기로 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각각 2시간의 제한 시간을 갖고, 2시간을 넘길 때는 1분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이에 따라 각 대국은 4~5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AI와 바둑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세돌 9단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그러나 9일 열리는 첫 대국을 이기지 못할 경우엔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는 “이세돌 9단은 경험이 풍부한 만큼 위기 상황을 맞아도 잘 돌파할 것”이라며 “4 대 1 정도로 이길 것으로 보이지만 감정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첫 판에서 반드시 이겨야 남은 대국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매 대국에서도 초반에 두는 돌, 포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포석은 알파고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알파고는 통계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둔 수에 근거해 바둑을 시작하는데, 여기서 이세돌 9단이 의외의 수를 둘 경우 대국 전체가 알파고의 계산대로 흘러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판후이 2단과의 경기에서도 알파고는 포석에서는 밀렸지만, 이후 판후이 2단의 실수를 놓치지 않으면서 역전했다.
다섯 번의 대국은 모두 구글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생중계된다. 우리말 해설은 현 국가대표팀 감독인 유창혁 9단을 비롯해 김성룡 9단, 송태곤 9단, 이현욱 9단 등이 맡는다. 구글은 알파고가 승리할 경우 11억원의 상금을 유니세프와 과학, 바둑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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