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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위기 속 면허시험장서 출마 선언한 안철수

입력
2016.03.0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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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운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8일 서울 노원구의 한 카페에서 서울 노원병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가운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8일 서울 노원구의 한 카페에서 서울 노원병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통합론의 여파로 리더십에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서울 노원병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안 공동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야권 논란에 대한 언급을 피하면서 인간적인 접근을 통해 지역 민심에 지지를 호소했다.

안 공동대표는 8일 서울 노원구 도봉 운전면허시험장 내 카페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가졌다. 통상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이 국회 정론관이나 자신의 지역 사무실에서 출마를 공식화하는 것과 달리, 지역 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대화하듯 편하게 자신의 의지를 알리려는 취지였다. 안 공동대표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당 지도부나 정치인들을 배석시키지 않고 지역 주민 3명을 자신의 옆자리에 앉힌 뒤 ‘노원구민에게 보내는 감사편지’를 읽는 형식으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당을 상징하는 녹색 셔츠를 입고 카페에 들어 선 안 공동대표는 차분한 목소리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상계동이 멀지요?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카페를 가득 채운 취재진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후 그는 “상계동을 떠나지 않겠다고 여러 번 약속 드린 것 같다”고 입을 연 뒤 “상계동은 제가 정치를 시작할 때 따뜻하게 품어주신 정치의 고향이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마다 용기를 주시는 마음의 고향”이라고 강조했다.

안 공동대표는 감사편지를 통해 인간적인 고뇌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요즘 안철수 얼굴이 예전 같지 않아’, ‘이제 정치인 같아’, ‘늙은 것 같아’라고 걱정해준다”며 “해맑게 웃던 옛날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솔직히 정치가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평소 도통 말이 없는 아내가 ‘괜찮다. 손가락질을 받아도, 호사가들의 안주거리가 돼도, 언론의 조롱거리가 돼도, 여의도의 아웃사이더가 돼도, 소위 정치9단의 비웃음거리가 돼도 처음 시작할 때 그 마음만 변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했다”며 “정치권의 낡은 관행, 관성 앞에서 지난 3년 반은 짧았고 저는 부족했다. 그래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낮은 자세로 편지를 읽어가던 안 공동대표는 거듭 “여러분이 보내준 기대와 희망을 아직 현실로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편지 중 “제가 꿈꾸는 상계동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는 허황되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변화로부터 우리의 삶을 오늘보다는 조금 더 낫게 만드는 것이다. 저는 진짜 변화를 만드는 정치를 하려고 한다”는 부분에선 힘을 주기도 했다. 안 공동대표는 또 “내 아이들이 미래를 마음껏 기를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골목처럼 아랫집 윗집 구분 없이 함께 웃고 울고, 함께 꿈꾸고 함께 이룬 과거를 내 아이가 다시 경험하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안 공동대표는 편지 말미에서 마틴 루터킹 목사의 ‘날지 못하면 뛰어라. 뛸 수 없다면 걸어라. 걸을 수 없다면 기어라. 하지만 무엇을 하든지 앞으로 움직여라’라는 말을 인용하며 “저 역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포기할 일이었으면 시작하지도 않았다. 더 힘차게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믿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그 길에 한 번 더 동행해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 드린다” 고 지지를 호소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안 공동대표는 출마 선언 후 카페를 빠져나가며 부인인 김미경 교수와 잠시 포옹을 했다. 복잡하게 취재진과 뒤엉켜 걸음을 옮기던 안 공동대표는 김한길 당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나 이날 더불어민주당 잔류를 선언한 송호창 의원 관련 질문에 “중앙 정치는 내일 말씀 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출마 선언 후 안 공동대표는 노원구에 위치한 한 유치원으로 이동해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안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육아와 보육에 대한 자신의 생각만 밝히고 중앙 정치 이슈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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