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장기화에 연초부터 온통 비상이다. 우리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 같은 회복도 보이지 못한 채 2012년부터는 성장률이 3% 내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80년과 1998년 두 차례 위기를 겪었을 당시에는 수출과 내수 중 하나는 살아있었기 때문에 우리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되찾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우선 우리 내부를 살펴보면 그간의 침체로 인해 가계부채는 1,200조원을 넘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화로 인해 노후대비에 위기감을 느낀 가계는 지갑을 꽁꽁 닫았다. 이로 인해 작년 소비지출은 0.5% 증가하는데 그쳤고 평균소비성향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 경제 내부에서 회복의 기미를 찾기는 상당 기간 어려울 전망이다.
외부 환경도 마찬가지이다. 세계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교역은 작년에 11.8%나 급감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수출은 작년에 7.9% 감소했고 올해 2월 기준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1, 2월에도 수출이 감소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1, 2월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두 자릿수 감소를 보인 것은 국내총생산의 50% 이상이 수출인 우리 경제엔 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대내외로 어렵다 보니 올해 경제전망도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3% 성장을 예상하지만 전망치라기보다는 희망치에 가깝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6% 성장을 예상하고 있으나 하향조정의 가능성이 큰 편이다. 유가 하락세가 멈추고 환율 변동도 잠잠해지면 수출은 올해 1% 정도 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이다. 그렇다면 과연 수출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 우리 수출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어보는 것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3분기까지 우리 수출은 물량으로 보면 5.4% 증가했다. 그런데 단가하락이 워낙 심해 수출금액은 7.6% 감소했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수출 물량이 0.9%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금액은 2.5% 감소하는데 그쳤다. 우리나라와 상당히 대조적이다. 우리나라 수출 중 유가변동에 직접 연관되는 석유화학이나 정유는 지난 10년 사이 그 비중이 10%에서 18%로 크게 증가했다. 원래 원자재 가격은 변동성이 심하다. 그만큼 우리 수출이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해졌다는 얘기다.
과도한 10대 수출품목 의존도도 문제다. 10대 수출품목을 어떤 기준으로 고르느냐에 따라 수치는 달라질 수 있지만 국제연합 경제사회이사회에서 구분한 표준국제무역분류(SITC)에 의하면 10대 수출품목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로 지난 10년 사이 약 8% 포인트나 증가했다. 그런데 이 품목들이 전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오히려 1% 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인기가 높아져 점점 많이 팔리는 품목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좋은 일이지만 점차 덜 팔리는 품목에 집중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경기침체의 터널이 아무리 길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끝나기 마련이다. 그런 시기가 왔을 때 우리 수출이 활력을 되찾으려면 지금부터 새로운 수출품을 발굴해야 한다. 우리가 찾는 새로운 수출품은 중국의 내수시장을 겨냥한 고급소비재가 될 수도 있고 교육, 문화, 콘텐츠 등 서비스 품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더는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제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경기침체기가 구조조정의 최적기이다. 더 이상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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