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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K팝 3.0 시대, '규모의 경제'로 가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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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K팝 3.0 시대, '규모의 경제'로 가야 산다

입력
2016.03.0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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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K팝 3.0 시대, 반짝 효과로 그칠줄 알았던 한류가 20년을 넘기면서 생겨난 말이다. 이 거창한 표현 속에 시장을 이끌고 있는 주역들은 어떠한 차별화된 전략이 있을까,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한국스포츠경제의 창간 1주년을 기념한 기획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브레인으로 손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 탁영준 본부장,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서현주 이사, CJ E&M 송동훈 음악사업본부장의 대담에 귀를 기울였다. 국내 음악시장의 현안과 나아가야 할 방향, 더불어 K팝이 더 큰 글로벌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을 들어봤다.

탁=SM엔터테인먼트 탁영준 본부장

서=스타쉽엔터테인먼트 서현주 이사

송=CJ E&M 송동훈 음악사업본부장

■K팝, '규모의 경제'로 진입

-지난해 기획사들이 일제히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K팝의 황금기라고 봐도 되나.

탁="황금기는 맞으나 아직은 잠재력 높은 성장기다. 2000년대 주무대가 일본이었다면 2010년대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 수 있는 곳은 중국과 동남아라고 본다."

서="인앤아웃(In & Out)이 활발했다. 매출 성장과 동시에 인수합병을 통한 투자도 큰 규모로 진행됐다."

송="매출, 이익, 주가 등 수치적 측면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다. 다만 시장의 저변이 넓어졌다기 보다는 소수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끌고 가는 모양새다. 게다가 해외시장에서의 입지도 나날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보니 위기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 자금 유통에서는 어땠나.

탁="잘 됐다. SM의 경우 2015년 연결기준 매출액이 사상 최대치인 3,252억원을 거뒀다. 알리바바의 SM 투자를 비롯해 국내 엔터기업들이 중국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자금 확보면에서 유의미한 모습들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합병을 통한 몸집 키우기가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바라보나.

서="K팝 시장이 글로벌하게 확대되면서 기획사들이 일정 수준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유리하다. 합병을 통해 다양한 부문의 확대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송="시너지를 위해 불가피한 솔루션이라는 생각이다. 음악 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되리라 본다."

탁="사업다각화에 따른 전략적 투자에 의미를 두고 싶다. 일례로 에스팀모델과 갤럭시아에스엠(IB스포츠)에 대한 투자는 상호간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한 지분 스왑이다. 합병은 아니지만 양사가 가진 모델과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점을 찾았고 의미 있는 결과가 하나씩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매니지먼트 외적인 부가 사업에도 많이 진출하고 있다.

탁="아티스트 콘텐츠를 활용한 여러 사업들과 외식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핵심은 아티스트를 직접 가용하지 않고 수익을 내는 사업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서="현재와 같이 환경이 급변하고 부가가치가 떨어져가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필요한 확장 전략이라고 본다. 단 자사의 콘텐츠 혹은 사업 역량과 레버리지가 일어날 수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엔터 사업의 위험성을 보완할 수 있는 분야의 비즈니스가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송="안정적 운영을 위한 중장기적 수익원 다변화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실적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는 점도 있었는데 향후 시장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나.

서="물론 몸집 키우기에만 목표를 두고 사전 준비 없이 무조건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부작용이 따를 수 밖에 없다. 향후 시너지와 조직의 융화가 먼저 고려 되는 것이 중요하다."

송="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감안했을 때 다양한 수익원 확보 또한 기업 생존에 필수적이다. 현재의 경향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공략 2016

-중국 시장은 항상 화두였다. 그 동안 미비한 점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개선 돼야 발전적으로 흘러갈까.

서="중국 내 인터넷 동영상 사용자가 올해 4억명을 넘어서면서 앞으로 이 시장의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올드 미디어보다 인터넷 모바일 등 뉴미디어를 기반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하고 툴을 활용해야 한다. 단순히 눈앞에 짧은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중장기적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탁="이수만 프로듀서의 '한류 3단계론'을 통해 중국시장을 비춰 본다면 H.O.T 이후 지속적으로 해왔던 '1단계 문화수출', 슈퍼주니어와 EXO처럼 현지 멤버를 포함시킨 '2단계 현지합작',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우수한 'CT(문화기술)'와 노하우를 현지 기업에게 전수하고 합작하는 형태가 있다. 한류 발전의 궁극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사람들에게 '중국의 스타'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셀러브리티들을 만들어 낼 때 현지의 한류 시장이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중국과 FTA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나.

서="기회이자 위기다. 단기적으로는 드라마 영화 음악 등 엔터 사업이 중국 진출에 용이해져 여러 분야에서 좋은 실적이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급속 성장하고 있는 중국 엔터 사업에서 기술적 제고와 비즈니스 모델의 발전을 통해 중국 내 한류의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고 본다."

-요소별로 상세한 전망을 하자면.

탁="우선 음반·공연 분야에서 중국의 저작권 침해 관련법이 정비되고 민·형사 절차가 명확해지면 한류 콘텐츠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영화와 TV 분야에서는 공동제작, 방송서비스의 협력 등이 활성화될 것이다. 기존 국내 방송 프로그램의 판권 판매 방식은 큰 실익을 거두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양국이 공동제작을 통해 얻은 수익을 합당하게 배분할 수 있게 된다면 한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 전망한다."

-여전히 존재하는 위험 요소를 하나 꼽자면.

서="중국시장은 규제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기 때문에 위험요소는 상존한다. 따라서 독자적인 움직임보다는 중국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진출하는게 위험요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 본다."

탁="일부 개인 및 기업의 부도덕한 행위가 지속되고 있어 업계의 난제로 대두되고 있다. 간단한 예로 한국에서 성공적인 데뷔 후 기존에 상호 신뢰간 체결한 전속 계약을 무시하고 이익만을 좇은 일부 중국인 멤버들이 있지 않나. 일련의 사례들이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기 전에 양국 정부 차원에서 관련 법 등을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다."

-일본 시장은 약세로 돌아선 분위기다. 회생의 여부를 어떻게 보나.

서="일본은 K팝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하고 매력적인 시장이다. 향후 추구할 시장 역시 한중일 3국이 주요 거점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탁="2012년을 기점으로 한일간 정치적 갈등에 엔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일본 시장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실질적으로 방송에서 한류를 다루거나 출연하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게 되는 등 정치적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한일 관계도 조금씩 완화되는 분위기이며 2000년대 중반부터 무분별한 일본 시장 진출로 인한 한류의 성장통도 머지않아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한류라는 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중적으로는 방송이나 광고 노출이 줄어 많이 위축된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공연 등을 기준으로 꾸준히 활약하고 있어 실질적인 매출에 큰 타격은 없없다. 하향세였던 일본시장에서 지난해 SM Japan 법인이 설립 이후 최대 매출을 달성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2016년 한류를 이끌 스타는 누구로 점치나.

서="김수현과 전지현이 올해에도 가장 기대되는 스타다. 기존 '별그대'로 쌓은 스타덤에 한국 드라마의 지속적 영향력이 더해져 더욱 굳건한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송="송중기와 EXO 방탄소년단 등이 주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탁="NCT라고 생각한다(웃음). 정체된 한류의 새로운 활로가 되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미래를 향한 리모델링

-2016년 문화 예산으로 6조6,000억 원이 편성돼 있다.

탁="실제 한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집행 될 지는 미지수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 지길 바란다."

송="아이디어는 풍부하나 재무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중소 사업자, 창작자들에게 긍정적으로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스트리밍이 제외된 음원전송사용료 인상, 얼마나 도움될 것 같나.

서="실효는 크게 없을 것으로 본다. 다운로드 상품의 수익배분 비율만 70 대 30으로 조정했고,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스트리밍 상품의 경우는 여전히 60 대 40의 비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이용하는 스트리밍 상품의 경우는 정산금액이 0.6원 정도 인상된 것에 불과한 상황이다."

탁="취지는 환영하지만 실질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음원 가격이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거의 일방적으로 결정되어 왔다. 음원 공급자가 본인이 만든 상품의 가격을 스스로 매기지 못하고 판매 방식 조차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이 것이 현 음원시장 문제의 핵심이다."

송="단기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단순한 단가 인상만으로 이후 추이를 예측하기에는 소비자 행동 패턴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정책적인 부분에서 손 볼 곳은 없나.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 등 말이다.

서="창조산업의 핵심은 창의성이다. 창조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문화 창작자 육성을 위한 전폭적 지원과 문화소비 활성화가 가능하도록 매개자·향유자에 대한 지원이 다각도로 필요하다고 본다."

탁="대중음악의 해외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그만큼 해당 국가들과 지적재산권 관련 법규 충돌 등에 대해 국가차원에서 전문연구기관이 적극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줘야 한다."

-20년 차 한류의 원동력은 무엇이고 앞으로 경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서="한류는 특유의 유니크함과 이를 뒷받침 하는 완성도, 추종을 불허하는 변화 속도로 현재 문화 콘텐츠 사업 세계 7위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에 이르렀고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콘텐츠의 하향평준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송="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버텨온 제작자, 창작자들의 강인한 의지 덕분이다. 그들이 일찌감치 국내 시장의 한계를 절감하고 해외시장에도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개발해 온 것이 결정적 원동력이었다. 각 지역별 정서에 보다 민감하게 사전·사후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탁="기획사들의 글로벌 발굴 및 육성 시스템 원동력 아닐까. 치열한 오디션을 통과해 장시간 트레이닝을 받고 데뷔하는 만큼 기타 국가들의 스타들에 비해 비교 우위를 점한다. 미래에는 결국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로 확대해도 중국이다. 중국은 이미 각종 콘텐츠 제작 비용이 한국에 비해 적게는 3~4 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이다.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중국 자본의 힘을 빌려서 제작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국내에서도 기본적인 제작 환경이 개선될 수 있는 제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어김없는 질문 하나. 한류의 생명력은 얼마나 유지될까.

서="미국 유명 배우 엠마 스톤이 토크쇼에서 K팝을 좋아한다고 언급했다. K팝, K컬처의 개성에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보편성이 더해지면 앞으로 한류는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송="한국 제작자, 창작자들의 기획, 제작 역량은 그 우수성이 검증됐다. 해외 파트너들과 얼마만큼 유기적으로 융합할 수 있을지 에 따라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탁="이수만 프로듀서가 이야기한 한류 3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면 5년 이내에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 같다. 1980~9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홍콩 느와르 영화가 글로벌 영화시장에서 도태한 것은 결국 변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않은가."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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