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의료원의 혁신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어려움을 딛고 짧은 시간 내 흑자 전환을 이루는가 하면 ‘토요 진료가 가장 잘 되는 병원’이라는 호평도 듣고 있다. 혁신이 말처럼 쉬울리 없다. 의료원 혁신을 이끌고 있는 김승철 이화여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을 만났다. 김 의료원장은 의료계에서 ‘위기의 해결사’로 불린다. 의료원이 중대 기로에 놓일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지난 2008년 이대동대문병원이 경영 악화로 문 닫고 이대목동병원에 통폐합 될 당시, 이대여성암병원과 이화융합의학연구원이 처음 문을 열 때 중책을 떠맡은 사람이 바로 김 의료원장이었다. 그런 그가 의료원의 새 병원 착공을 앞둔 지난해 8월 의료원장 자리에 올랐다. 이번도 병원 경영이 잿빛에 휩싸인 때였다. 더구나 현 의료원장은 새 병원의 개원까지 사실상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자리다. 김 의료원장은 지난 6개월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마치 1,2년처럼 느껴진다”며 말문을 열었다.
- 또 다시 중대 소임을 맡았다.
“2008년 이대동대문병원이 경영 어려움으로 이대목동병원에 통폐합 될 당시 의무부장으로 이대여성암병원을 기획했다. 여성암병원 개원 준비위원장을 거쳐 초대 원장과 이대목동병원 병원장을 겸임했고, 이후 신설된 이화융합의학연구원 초대 연구원장도 맡았다. 일 복이 많은가보다.”
- 그동안 어려움은 없었나.
“취임하자마자 이대목동병원의 경영 현황을 살펴봤다. 최근 2년 동안 메르스 사태 등 내외 환경이 바뀌면서 경영 실적이 급격히 나빠진 상태였다. 자칫 제2동대문병원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생각에 여러 새로운 일을 벌였다.”
- 새로운 일이란 구체적으로 뭔가.
“가장 먼저 병원 직원과 교수님들에게 형편을 솔직히 알린 뒤 난국을 함께 헤쳐나가자고 했다. ‘제2동대문병원을 만들면 절대 안 된다’고 호소했다. 처음 석달 동안 일주일 내내 아침 이른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40개에 이르는 임상과와 센터 내 클리닉 등 소단위 미팅을 계속하면서 소통했다.”
- 토요진료가 아주 잘 되고 있다던데.
“주말인 금요일 오후나 토요일 진료는 직장 일 등으로 바쁜 환자들에게 소중한 시간이다. 토요진료 강화를 위해 인센티브를 늘렸다. 교수님들에게 평일 진료도 1~2회 늘려달라고 읍소했다. 토요일에 입원하거나 금요일 입원 후 토요일 수술하고 일요일 퇴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 이화의료원 흑자 전환이 요즘 화제다.
“토요진료가 활성화하니까 경영지표가 좋아지더라. 지난 달 병상 가동률이 98.6%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입원 및 외래 수입도 10~15% 급증했다. 당초 6개월에서 1년 정도 내다봤던 흑자 전환 시기가 불과 석달로 당겨졌다. ‘요술방망이라도 휘둘렀느냐”는 물음도 있었다. 어려움을 알리면서 힘을 모으자고 호소한 데 대해 병원 직원과 교수님들이 화답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 마곡 새 병원이 지난해 11월 첫삽을 떴다.
“새 병원은 암센터, 심뇌혈관센터, 장기이식센터 등 중증질환 중심의 병원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새 병원 개원 이전에 이를 특화 육성하기 위해 새 병원의 모태가 되는 이대목동병원에서 중증질환 분야 경쟁력을 미리 확보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은 그동안 유방암 갑상선암 자궁암 난소암 등 여성암 분야에서 최고 경쟁력을 확보했다. 위암 대장암 폐암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 중증질환 분야 의료 질 평가에서도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았고, 간이식 수술 생존율도 100%를 기록 중이다. 앞으로 ‘스타닥터’도 영입하고 고난이도 중증질환 분야를 집중 육성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
- 새 병원 기준병실을 3인실로 한 배경은.
“새 병원을 ‘기준병실 3인실, 전 중환자실 1인실’로 설계했다. 현 수가 체제에서 경영상 압박이 될 것이란 예상은 했다. 3인실은 감염 등 우려를 떨치고 차별화한 의료환경을 갖추기 위해 꼭 필요하다. 현 5,6인실 중심의 다인실 구조는 서비스 제공자인 병원의 편의에 맞춘 설계다. 환자들의 감염 위험 뿐 아니라 환자 밀집으로 인한 스트레스, 수면 방해, 사생활 노출 등 문제가 많다. 앞으로 의료제도가 바뀌어 1인실로 갈 수 있는 시대가 되면 우리는 3인실을 1인실 두 개로 쪼갤 수 있도록 가변설계 했다. 대한민국 의료 서비스의 획을 긋는 도전이다.”
- 새 병원과 목동병원의 양립에 따른 우려의 소리도 나온다.
“이대목동병원은 여성 및 소아 질환 특화 병원(woman & children’s hospital)으로 육성할 것이다. 여성암병원과 고위험 산모 모자센터, 극소저체중출생아를 위한 센터 등의 경쟁력을 강화해 의료의 질을 높일 것이다. 이화융합의학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산업 융합연구를 통해 연구중심병원으로도 발돋움할 계획이다.”
- 올해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우리 병원이 지난해 말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센터로 선정됐다. 권역응급센터가 성공적으로 운영 되도록 하는 데 매달릴 생각이다. 응급 입원실 30병상과 중환자실 20 병상을 확보하고 10개 주요 진료과의 당직 수술팀도 24시간 가동하게 된다. 응급실 감염을 막기 위해 감염 의심 환자는 입구에서부터 일반 환자와 격리한다. 우리나라 병원 문턱이 낮다 보니 응급실에 경증 환자가 너무 몰리고 있다. 중증 환자들에게 양질의 응급의료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송강섭기자 eric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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