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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 해설위원이 '자비'로 스프링캠프에 온 이유

입력
2016.02.2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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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치용 KBS N 스포츠 해설위원/김주희 기자

한 시즌을 잘 치러내기 위해서는 스프링캠프가 중요하다. 풀 타임을 뛸 수 있는 체력을 만들고, 기술도 향상 시켜야 한다. 비단 선수 뿐만이 아니다. 한 시즌을 치러나가야 하는 해설위원들에게도 스프링캠프는 준비의 기간이다.

지난 17일 삼성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의 선수단 식당에서 '필기'에 집중을 하고 있는 안치용 KBS N SPORTS 해설위원을 만났다. 안 위원은 2015년 1월 현역 은퇴를 한 뒤 해설위원으로 새 출발을 했다. 올해 해설위원으로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빠듯한 일정을 쪼개 자비를 들여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취재를 왔다. 안 위원은 "미국 애리조나로 출장을 다녀오긴 했지만 미국에서 못 본 팀들을 '하루라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찾아 한다는 건 스스로도 깜짝 놀란 변화다. 안 위원은 "재미가 있으니 자꾸 찾아서 하게 된다.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고들 하던데 해설위원을 하면서 그 말 뜻을 진짜 이해하게 됐다"며 자신의 수첩을 내려다 봤다. 안 위원의 수첩에는 각 팀과 주요 선수들에 대한 메모가 빼곡하다. 감독과 전력분석원, 선수 등 현장의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얻은 정보를 꼼꼼하게 정리해뒀다. 시즌을 치러나갈 안 위원의 '무기'다. 안 위원은 "야구 해설을 하면 세 시간이 넘게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한다. 준비를 하지 않으면 밑천이 금방 드러나게 된다"고 말했다.

▲ 안치용 해설위원의 수첩/김주희 기자

선수 시절, 시즌 준비를 하기 위해 이렇게 공을 들인 적은 있을까. 안 위원은 "유니폼을 벗으면 후회한다는 걸 정말 느낀다. 그땐 이런 공부를 해보지 않았다"며 "선수 때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나. 하지만 선수 시절에는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거기에 맞춰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루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변에서도 이제서야 '천직'을 찾았다는 반응이다. 안 위원은 "후배들도 '형은 더 일찍 은퇴했어야 했다'고들 한다"며 "내가 잘 하고 있다는 뜻인 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그를 푹 빠지게 한 방송 해설위원의 매력은 뭘까. 안치용 위원은 "야구는 룰이 정해져 있지만 하는 사람에 따라 플레이가 다 다르다"며 "답이 없기 때문에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많다. 정답은 아니더라도 플레이를 보고 내가 해석한 것에 대한 공감을 얻을 때 재미와 자신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해설위원으로 더욱 인정받기 위해 정보와 재미, 두 가지를 모두 놓치지 않겠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가장 좋은 해설은 어떤 해설일까 고민을 많이 한다. 선수가 플레이로 감동을 준다면 나는 재미와 정보로 양념을 잘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은퇴 후 현장 지도자를 꿈꾸는 이들도 많지만 안치용 위원은 아직 현장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다. 초등학교 1학년때 야구를 처음 시작해 29년간 선수로 뛴 그는 "방송은 야구 보다 1년 더, 30년을 하는 게 목표다. 60년 가까이 야구를 할 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인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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