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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의 잇단 악재…소주시장 판도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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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의 잇단 악재…소주시장 판도 바뀌나

입력
2016.02.2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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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마셔줬는데 …’ 여론 번지면 ‘제2의 먹튀’ 재연 가능성

무학 ‘좋은데이’
무학 ‘좋은데이’

저도주 ‘좋은데이’ 열풍을 일으키며 본 고장 울산과 경남은 물론 부산에서도 70% 넘는 점유율을 보이던 무학(경남 창원 본사)이 홍콩 H지수 ELS 투자손실과 경영진의 갑질 논란 등으로 제동이 걸려 향후 부ㆍ울ㆍ경 소주시장 판도에 변수로 떠올랐다.

주류업계 일각에서는 무학이 최근 직면한 일련의 사건들이 부산지역 소주업체인 대선주조(부산 본사)가 알토란 같은 부산시장을 무학에게 내주게 된 계기가 됐던 ‘먹튀 논란’이

이번엔 무학에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계에 따르면 무학은 금융상품 투자에 열을 올리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 급락의 직격탄을 맞고 지난해 7월 6만6,0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지난 2월 둘째 주에는 2만8,050원까지 급락했다. 이는 6개월여 만에 60%가량 떨어진 수치다.

무학 주가의 급락은 ELS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홍콩H지수의 추락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홍콩H지수는 지난해 6월 최고점인 1만5,000선까지 올랐다가 2월 초 7,505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최근 81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무학의 ELS상품에 대한 투자금은 2,579억원에 달한다.

무학의 불운은 이뿐이 아니다. 국세청은 이달 초부터 경남 창원의 무학 본사는 물론 부산 지사에 대해 불공정 영업혐의로 대규모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국세청 조사는 무학이 수도권 진출과정에서 서울 대학가와 먹자골목 등 주점 밀집지역에서 한 병을 마시면 한 병을 더 주는 ‘1+1 행사’나 병당 1,000원을 할인해 주는 영업 등 일련의 판촉행위가 주류시장 질서를 해치는 불공정 행위로 보는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고용노동부도 지난달 벌어진 무학 최재호 회장의 운전사에 대한 갑질 논란과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학은 금품을 요구한 운전기사의 행위에 대해 ‘역갑질’이라고 공세를 폈으나 당국은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무학 최 회장의 거액연봉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최 회장은 무학의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지난해 1~3분기 24억3,0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동기(22억5,000만원)대비 8.1%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최 회장의 누적 보수는 3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최 회장이 전체의 50%를 넘는 무학주식을 보유한 실질 오너지만 그의 급여 수준은 매출액 규모에서 무학을 훨씬 웃도는 롯데칠성음료 이재혁 사장(6억9,000만원) 등 국내 주류업체 최고경영자들과 비교하더라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참고로 지난해 무학 주류사업 부문 남성 근로자 289명의 평균 급여는 4,100만원, 여성 근로자 205명의 평균 급여는 2,200만원이었다.

이에 대해 국내 금융가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무학에 대해 대규모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손실 추정액을 반영, 목표주가를 기존 5만3,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SK증권은 악재는 있으나 펀더멘탈이 견조하다는 이유로 목표주가 6만5,000원을 유지했다.

하지만 가장 큰 변수는 부ㆍ울ㆍ경 애주가들의 무학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한때 부산 소주시장 점유율의 98%를 차지하던 대선주조도 2004년 6월 푸르밀(당시 롯데우유)이 대선주조를 600억원에 인수한 뒤 부산시로부터 각종 특혜를 누린 후 2007년 인수가의 6배나 많은 3,600억원에 사모펀드에 매각, ‘먹튀’ 논란에 휩싸이면서 애주가들의 미움을 사 점유율이 20%대로 급락했다.

이에 따라 지역주류업계는 최근 일련의 사태가 ‘제2의 먹튀’논란으로 비화될 경우 무학의 점유율도 한 순간에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컷 마셔줬더니 엉뚱한 데 투자해 돈을 까먹고, 운전사를 상대로 갑질이나 하는 CEO가 상상하기 힘든 거액의 보수를 챙긴다’는 비난이 거세질 경우 힘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 같은 미묘한 시점에서 안방(부산)을 무학에 내주고 고토 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하던 대선주조는 ‘삼보일배 카드’를 꺼내 들고 비록 현 경영업체가 벌인 일은 아니지만 점유율 급락의 원인이 됐던 ‘먹튀사건’을 반성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먹튀’ 이후인 2011년 대선주조를 인수한 BN그룹 계열 대선주조(사장 박진배·전무 조우현) 임직원 40여명은 지난 21일 오후 5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부산도시철도 1호선 남포역부터 광복로 일대에서 삼보일배를 하며 읍소 마케팅을 벌였다.

임직원들은 이날 삼보일배와 함께 ‘부산시민의 사랑 지켜내지 못해 죄송합니다’ ‘부산소주 지켜 주세요’ ‘반드시 일어서겠습니다’ 등 현수막을 들고 부산시장 점유율 30%를 밑도는 열악한 기업 상황을 알렸다. 실제 2개 생산라인 중 1개는 가동을 멈춰 공장 가동률이 40%에 머무르고 있다.

대선주조 측은 “부산시민의 사랑에도 참담한 실적을 보여 부끄럽지만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기에 염치를 무릅쓰고 삼보일배를 했다”고 밝혔다. 김창배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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