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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학과 통폐합 상상도 못할 일… 대학 구조조정 땐 학생 먼저 배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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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학과 통폐합 상상도 못할 일… 대학 구조조정 땐 학생 먼저 배려해야”

입력
2016.02.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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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와 연계된 고등직업교육대학

1980년대 400곳서 30곳으로 줄여

구성원과 소통 통해 합의 이뤄내

"학생의 학습권 제한하지 말아야”

알버트 코르넬리센 네덜란드 빈데샤임대 총장이 21일 인천대 본관 강의실에서 네덜란드의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천대 제공
알버트 코르넬리센 네덜란드 빈데샤임대 총장이 21일 인천대 본관 강의실에서 네덜란드의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천대 제공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은 네덜란드에선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대학 구조조정은 구성원과의 소통, 학생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네덜란드의 알버트 코르넬리센 빈데샤임대 총장은 23일 한국일보와 만나 한국에서 진행 중인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대해 이렇게 제언했다. 그는 인천대 글로벌법정경대학 출범식 참석차 21일 방한했다.

네덜란드는 한국보다 30년 앞서 대대적인 고등직업교육대학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네덜란드 4년제 대학은 인문ㆍ자연과학, 예술 등을 주로 교육하는 연구중심대학과 경영학 법학 공학 등 실용 학문을 가르치는 고등직업교육대학으로 나뉘어 있다. 1980년대 초 400개가 넘던 고등직업교육대학은 대대적인 구조조정 끝에 30여 개로 줄었다. 산업화 시대에 맞게 편제된 기계공학 중심의 학제는 지식서비스 관련 전공으로 대폭 개편됐다. 코르넬리센 총장은 “빈데샤임대도 당시 구조조정으로 10개 단과대학을 4개 학부로 통폐합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구조조정을 벌이면서도 심각한 사회 갈등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소통을 바탕으로 합의를 이뤄낸 덕분이라고 코르넬리센 총장은 돌아봤다. 그는 “당시 고등직업교육대학 내에 있던 의과대학과 치의대학 등을 통합해 독립시키기로 하면서 치의학과 교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며 “교직원들과 분규를 벌이는 대신 총장들이 1년 내내 긴급 회의를 주재하면서 교직원을 설득해나갔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는 점과 수준 높은 수업을 제공하겠다는 것을 약속한 뒤 동의를 받아 냈다.

코르넬리센 총장은 “그 때 구조조정 덕분에 ‘제 4의 혁명’ 이후에도 시행착오 없이 지식 정보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공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등직업교육대학은 학부를 대폭 줄이면서 고정된 전공을 없앴다. 대신 여러 전공 교수들이 협업하는 융합형 프로그램을 매년 만들었다. 코르넬리센 총장은 “지역의 중소기업 관계자, 시의원 등과 함께 총장이 지역경제위원회에 참석해 취업 시장의 요구를 수렴해 프로그램에 반영한다”며 “학생이 졸업할 때가 되면 1학년 때 제공되던 프로그램의 절반이 바뀌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네덜란드의 이런 성공 사례에 대해 코르넬리센 총장은 “각 나라의 교육 제도와 문화가 달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덜란드의 경우 인문학과 예술, 순수 과학 등의 전공을 전담하는 연구대학이 별도로 있었기 때문에 고등직업교육대학에서 시장 변화에 발맞춘 구조조정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기초분야와 실용분야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취업률에 따라 학과를 통폐합하는 무리한 국내 대학의 구조조정과는 차별화된 점이다. 코르넬리센 총장은 “대학 구조조정을 이유로 학생의 학습권을 무분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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