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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 캐스트 만들고 히말라야 오르고.. 붕어빵 스펙 대신 나만의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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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 캐스트 만들고 히말라야 오르고.. 붕어빵 스펙 대신 나만의 콘텐츠

입력
2016.02.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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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입사 문턱서 번번이 좌절

시험공부 매달리는 대신 방송 제작

실전에서 단점 찾고 기획력도 높여

1년여 준비해 안나푸르나 도전도

“준비과정에서 용기^성취감 얻고

취업 때 개성 드러내는 데 도움”

취업난을 마주한 2030 세대에게 ‘취업용 스펙’은 가장 큰 스트레스다. 남들이 하는 만큼 ‘기본 스펙’을 갖추기도 벅찬데, 요즘은 여기저기서 “스펙만으로 뽑지 않는다”는 엄포까지 늘면서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많은 청춘들이 설 연휴도 반납하고 공부에 매진한 건 더 나은 스펙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반적인 스펙을 거부하고, 직접 희망직종 체험에 나선 청춘도 있다. 업무 기획력을 높이기 위해 책을 출간하는가 하면, 언론인이 되기 위해 원고를 쓰고 팟 캐스트를 제작하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전문 산악인이 아닌데도 에베레스트산에 오른다. 이들에게 스펙은 봉사활동을 빙자한 해외여행이 아니다. 어떤 고난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언론인 지망생 김선철(26ㆍ가명)씨는 지난 2일 인터넷으로 자기 목소리를 들으며 ‘좀 더 조리 있게 말하지 못할까’ 하는 자책을 했다. 그가 듣고 있던 건 팟캐스트 포털 사이트 ‘팟빵’에 올라온 ‘꺼내 읽어요’란 프로그램. 공중파 라디오 방송에서처럼 배경 음악에 오프닝 멘트가 흐르는 데까진 비슷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혀 꼬인 발음에, 침 삼키는 소리까지 아마추어 본색이 드러났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김씨다. 아직 고정 청취자가 손에 꼽히는 오디오 파일 수준에 불과하지만 김씨에겐 소중한 경험이다.

김씨가 팟 캐스트를 준비한 건 지난해 말부터다. 두 달의 준비기간 끝에 탄생한 작품이었다. 작년 연달아 낙방한 방송사 입사 재도전을 위해 그는 시험공부 매진 대신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기자도 기획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팟 캐스트를 하며 기획하는 방법도 체험하면서 추가적으로 조리 있게 말 하는 법, 마이크 앞에서 긴장하지 않는 연습도 된다고 봤습니다.”

팟 캐스트 콘텐츠는 언론사 입사준비에도 도움이 되는 독서로 잡았다. 책을 요약해 소개하기도 하고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프로그램명도 ‘꺼내 읽어요’다. 중요한 건 책에 나온 내용을 풀어내는 연습이다. 처음으로 소개한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에 대해서도 “20세기 문단의 대표 문제작이자, 일종의 문학철학 비평집”이라고 소개하며 “난해하지만 청춘들의 정체성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평했다.

팟 캐스트 제작은 생각보다 간단해 방송업에 종사하고자 한다면 꼭 도전해봐야 한다고 김씨는 얘기한다. 용어도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결합해 나온 것처럼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만든 오디오ㆍ비디오 파일을 인터넷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김씨는 “커피 한 잔 값이면 전문 녹음 시설이 갖춰진 녹음실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업환경도 매우 좋다”며 “재미를 느껴 팟 캐스트 제작에 나섰지만, 앞으로는 고정 청취자를 더 많이 모으기 위해 SNS를 활용해 수용자와의 접점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팟 캐스트는 2011년 4월 정치 풍자 프로그램인 ‘나는 꼼수다’가 인기를 끌면서 유행처럼 번진 이후 요즘 2030 세대에겐 종종 취업의 스펙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팟 캐스트 ‘신넘버쓰리’를 진행했던 오창석씨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되기까지 했을 정도다. 최근 언론사에 입사한 안준호(가명ㆍ24)씨도 2013년 대학생 시절 빈 강의실에서 팟 캐스트를 8개월 동안 제작한 이력이 주목 받아 취직에 성공했다. 안씨는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설명하는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평소 관심이 많던 시사를 이용해 제작한 방송이 세간의 관심을 끌다 보니 입사에도 가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취업희망 분야와 직접 관련이 없는 자신과의 싸움을 위해 도전하는 청춘도 있다. 2014년 12월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안나푸르나 서킷을 오른 신준명(24ㆍ대학 재학 중)씨는 히말라야 등반을 소개한 한 기사에서 매력을 느낀 뒤, 준비에 들어갔다. “용기와 도전정신, 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취업 시에도 자신을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대학생 신준명씨가 2014년 12월 안나푸르나 서킷을 오르고 있다. 신준명씨 제공
대학생 신준명씨가 2014년 12월 안나푸르나 서킷을 오르고 있다. 신준명씨 제공

등반을 결심하고 관악산을 시작으로 국내 산을 오르고 또 올랐다. 관련 지식은 전문서적과 인터넷을 통해 익혔다. 등반을 위해 필요로 했던 배낭, 아이젠, 의류 등 전문등산장비와 비행기값 등 여행경비 200만원을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렇게 1년 여의 준비 끝에 네팔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안나푸르나는 신씨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출발 3일째 눈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해발 2,400m 부근에서 발이 묶였다. 4일째 아침엔 폭설로 게스트하우스가 무너져 유럽인 트레커 한 명이 사망했다. 신씨는 결국 다른 등반로를 택해야 했다. 네팔 포카라 지역에서 입산 허가증을 재발급 받아 새 루트로 이동했다. 마침내 6일째 3,600m 고지에 올랐고, 결국 이튿날 해발 4,300m 안나 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주일 만에 고지에 오른 것이다.

신씨는 “쉽게 접근을 허용치 않던 안나푸르나가 내 노력을 인정했는지 햇빛을 뿜어내며 반겨줬다”며 “자연 아래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는 겸손을 배웠고, 잠시 쉴지언정 포기하지 말고 항상 인내해야 한다는 점도 배워 앞으로 취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오주환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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