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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호의 매체는 대체] 인과의 착시를 경계하기

입력
2016.02.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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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보도의 흔한 패턴 가운데 ‘이야기 편향’이라는 것이 있는데, 사안을 전할 때 이왕이면 그럴듯한 완성형의 이야기 구조로 만들어 제시하려는 경향이다. 주인공과 적대자로 전선을 긋고자 복합적인 이해관계를 단순화한다든지, 시작과 중간 전개와 결말을 놓느라 아직 나오지도 않은 사안의 결론을 단언해버린다.

그런 이야기 편향이 정확한 사실 인식을 망치는 대표적 경우라면 바로 인과의 착시를 꼽고 싶다. 내 눈에 보이는 두 현상이 원인과 결과로 맞물리는 것만큼 훌륭한 완성도의 이야기가 없기에, 당장 우리 자신부터가 시도 때도 없이 인과를 만들어낸다. 착시가 심하면, 결과로 삼을 현상이 없어도 인과가 이뤄지리라 그냥 가정해버리는 경지에 도달한다.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든지 말이다.

그렇기에 당장의 그럴싸함에서 나오는 영향력만 누리고자 하는 속칭 ‘관심종자’가 아니라 진실 추구라는 저널리즘 규범을 조금이나마 염두에 두는 언론사 또는 개인이라면, 가장 먼저 의식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딱 한 단계만 더 따져보는 행위를 통해, 섣부른 인과의 착시를 깨는 것이다.

국가 경제의 선성장 후분배를 주장하며 흔히 동원되는 적하이론은 어떤가. 위쪽의 물통을 크게 채우면 밑으로 흘러내린다는 인과를 상정한다. ‘임금피크제’를 해서 나이든 기득권의 임금을 깎으면 청년 고용이 늘어난다는 내용도, 전형적인 인과 구조다. 귀족노조 정규직이 양보하지 않아서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지 못한다는 유서 깊은 노조 악마화 역시 그렇다. 앞의 현상과 뒤의 현상의 이음새가 매우 부드럽게 넘어가는 매우 그럴싸한 이야기 구조다.

하지만 사실은 위쪽의 물이 밑으로 흐르려면, 위쪽 물통에서 아래로 흐르는 구멍이 충분히 커야 한다. 나이든 직원에게 돈을 아꼈다고 해서 갑자기 노동자를 새로 고용할 필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혹은 정규직에게 양보받은 몫이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 쓰인다는 보장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인과라는 그럴싸한 이야기 구조를 한 꺼풀 걷어내고 개별 요소들만 따로 비견해보는 불편하고 피곤한 짓을 할 때, 허점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허점을 채우는 것, 즉 정말로 어떤 인과를 만들고 싶다면 무엇이 필요한지 따지는 것이 바로 건설적 논의의 시작이다. 경제의 적하 과정을 일으키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적극적 분배 정책 개념을 끄집어낼 수 있다. 임금피크제와 청년 고용이 정말로 연결되려면 일자리 나누기 정책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임을 이슈화하는 것도 좋다. 정규직-비정규직 처우 연동에 대해, 동일업종 동일임금이라는 중요한 틀거리와 산별노조 강화 같은 묵직한 조건을 선결과제로 논하는 것이 필수다. 그런 디테일을 집요하게 연동시키면 논하는 쪽도 구경하는 쪽도 조금은 더 머리가 아프겠지만, 사안을 실제로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조금은 더 나아갈 수 있으리라 본다.

미디어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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