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출신 가장 가난한 대통령의 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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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출신 가장 가난한 대통령의 성적표는?

입력
2016.02.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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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46대 대통령 호세 무히카

소박한 생활에 대마초 합법화 등

파격 행보에 록스타라 불리기도

“화끈한 정책 없는 배신자” 목소리도

‘조용한 혁명’ 평가 독자 몫으로

자택에서 외신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호세 무히카. 그의 집은 수도 몬테비데오 인근 허름한 농가다. 제일 큰 살림은 책인데, 그나마도 다 읽고 나면 남에게 줘버린다. 부키 제공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

마우리시오 라부페티 지음ㆍ박채연 옮김

부키 발행ㆍ336쪽ㆍ1만5,000원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은 대차대조표다. 대변과 차변에 이런 저런 항목은 빼곡히 적어두되 다만, 금액란은 비워뒀다. 어느 항목에 어느 정도 값을 매겨 이 계정 자체를 흑자로 평할지, 적자로 평할지는 읽는 사람들의 몫이란 얘기다. 제목부터 그렇다. 무히카에 대해 환호하는 이들은 ‘혁명’을 강조할 테지만, 반대하는 이들은 ‘조용한 혁명이 혁명이긴 하냐’고 콧방귀를 낄테니.

46대 우루과이 대통령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 그의 삶 자체가 화젯거리이긴 하다. 젊은 시절 카스트로의 쿠바혁명에 매료돼 좌익무장단체 ‘투파마로스’에 투신했다. 은행을 털고, 소도시 장악도 시도했다. 이에 걸맞게 책의 도입부는 1970년 3월 몬테비데오의 한 주점에서 ‘게릴라 전사’ 무히카가 검거되는 장면이다.

수감 생활 중에 무히카는 급진폭력혁명노선을 버렸다. “우리는 사람들이 줄 수 없는 것을 청하지 않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조급함 때문에 사람들이 줄 수 있는 이상을 자꾸 청한다면 우리는 실패에 직면하게 되고 사람들을 망치게 될 것이다.” 1985년 쉰살의 나이로 석방된 무히카의 선언이다. 이후 현실정치에 참여해 중도좌파정당의 연합체인 ‘광역전선’을 구성, 2010년 대통령에 뽑혔다.

대통령으로서도 소박했다. 관저도 마다하고 수도 인근 20여평 규모의 낡은 농가에 그대로 눌러 앉았다. 재산은 30만달러지만, 빈민 주택 사업 등에 기부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월급도 기부금으로 쓴다. 짧은 바지에 샌들을 신은 이웃집 농부 차림으로 1987년형 낡은 폭스바겐 자동차를 타고 나다닌다. 뒷자석엔 다리 하나 잃은 개 ‘마누엘라’를 앉힌다.

그럼에도 무히카는 ‘가난한 대통령’이란 이름이 영 불편하다. 필요 없으니 안 가질 뿐이다. 반대파들도 불편하긴 매한가지다. 홀로 우아한 것 말고, 업적이 뭐냐는 얘기다.

저자는 그의 파격적 행보 몇가지를 검토한다. 하나는 대마초 합법화다. 마약과 전쟁하느니 차라리 그보다 약한 대마초를 허용하자는 거다. 물론 생산, 유통은 엄격히 관리된다. 또 여성 홀로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고, 동성 결혼도 허용했다. 2014년 전세계를 흥분케 했던 미국ㆍ쿠바 국교정상화 뒤에도 무히카가 있었다. 관타나모 수용소 죄수들을 받아줄 테니 미국이 억류하고 있던 쿠바 간첩을 풀어주고 쿠바와 관계를 개선하라 요청한 것이다. 이후 시리아 난민 사태 때는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는 조치를 했다.

이런 무히카에게 세계는 열광했다. 저자도 무히카를 록스타에 비유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낀 인구 370만 우루과이가 언제 이런 관심을 받고 영향력을 지녀보겠냐는 얘기다.

그러나 국내에선 다르다. 남미는 가톨릭이 강세다. 마약, 낙태, 동성애 문제가 어떻게 비춰질지 뻔하다. 게릴라 티를 못 벗은 맹동주의자다. 그 반대 쪽에선 게릴라 출신임에도 화끈한 사회경제정책을 내놓지 못한 배신자 취급한다. “선의를 가진, 착하고 정직한, 부지런한 사람으로 기억되겠지만 위대한 대통령은 아니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진정한 진보주의 정책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도덕적 좌파’라는 완벽한 대용품을 찾았다”는 평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누군가를 굳이 지울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대차대조표를 받아 든 적이 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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