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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정부광고 보이는 대로 믿습니까?

입력
2016.02.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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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광고 심의할 법도

심의한 사례도 없어…

“정부와 대학의 노력으로 반값등록금이 실현됐습니다” 라는 광고가 요즘 논란이다. ‘국가 등록금 총액의 절반을 정부와 대학이 지원하므로 반값’이라는 정부의 논리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터무니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소득수준에 따라 국가장학금 지원 액수가 다른데다 자격 미달로 한 푼도 못 받는 경우도 있는데 광고에선 마치 모든 학생들이 반값등록금의 혜택을 받는 것처럼 비쳐진다는 게 문제다.

‘반값등록금’ 광고와 같이 특정 통계치를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인용하거나 뻥튀기 된 데이터를 내세운 정부광고는 그동안 꾸준히 있어 왔다. 지난 10년간 정부 혹은 공기업이 국민의 혈세를 써가며 만든 광고를 보면 편향적이고 과장된 내용을 담은 경우도 적지 않다. 국제정세나 경제 상황이 광고 제작 당시의 전망과 다르게 전개되면서 데이터가 허구로 변하기도 한다.

심의를 통해 경고 및 수정, 중지 등의 결정이 이루어지는 상업광고와 달리 정부광고는 심의를 받지 않는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관계자는 2일 “정부 시책을 홍보하는 광고는 기본적으로 공익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심의가 면제되는 것으로 안다. 현재로선 정부광고를 심의할 수 있는 법도, 심의한 사례도 없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국민 스스로 허와 실을 가려가며 보는 수밖에 없다. 정부광고,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몇 가지 사례를 정리했다.

“경제 효과 000억” “일자리 00만개 창출” 등

실현가능성 희박한 데이터 내세워

‘경제파급효과 연간 000억원’ 또는 ‘일자리 00만개 창출’ 식의 분석 데이터가 정책홍보 광고에선 단골로 등장한다. 그러나 따져 보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예측이 빗나간 경우가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절실합니다! 청년일자리!’라는 제목의 광고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면 7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며 경제활성화 법안의 연내 통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일자리 70만개는 우리 서비스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만큼 발전한다는 가정 하에 2030년까지 최대한 만들어낼 수 있는 누적 수치다. 법안 통과만으로 손에 쥘 수 없는 성과이자 어떤 변수의 영향을 받을지 알 수 없는 장밋빛 수치에 불과하다.

정부는 또 지난해 여름 노동개혁을 홍보하는 광고를 내고 “임금피크제가 청년일자리 13만개를 만듭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국회 입법조사처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임금피크제와 신입사원 채용률은 서로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노사정을 박차고 나온 한국노총 역시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의 상당수가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있어 임금피크제가 청년일자리 창출은커녕 임금삭감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2012년 녹색기후기금 유치 후

“파급 효과 연 3,800억” 광고 문구

시간 지나면서 허구로 드러나

2012년 녹색기후기금(GCF) 유치에 성공한 직후 나온 ‘연간 3,800억원, 5년간 1조5,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라는 광고 문구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허구로 드러나고 있다. 규모 면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B)에 맞먹는다던 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의 인천 송도 상주 인력은 당초 예상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광고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산출한 경제효과 액수는 상주 사무국 직원 500명을 가정한 수치였다. 금융 및 서비스산업 수요와 부가가치, 고용창출 효과 등을 최대한 늘려 잡더라도 국민들 앞에 자랑스럽게 내놓은 엄청난 규모의 효과는 거두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제파급 효과라면 이미 한미 FTA협상 타결 및 국회 비준을 촉구하는 광고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노무현정부가 2006년 한미 FTA만 체결하면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 ‘경제성장률 2% 상승, 4인 기준 가구당 연소득 110만원 증가, 10만명 이상의 고용 증대 효과, 외국인 직접투자 318억달러 유입’ 효과는 과연 이루어졌을까. 지난해 말 등장한 “연내 발효가 미뤄지면 하루 40억원 수출 증대 기회 상실!“ 이라는 한중 FTA 발효 촉구 광고를 보면서 드는 의문 또한 비슷하다.

“4대강 사업, 기후변화 해결”

광고로 국책 사업 미화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진행된 우리의 4대강 사업은 세계의 물 문제를 해결할 종합적인 수자원 관리의 모범이 되었습니다”와 같은 4대강 사업 미화 광고는 이명박 정부 시절 자주 등장했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총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은 부실공사와 환경파괴 우려에 휩싸였고 나중엔 입찰담합 비리까지 불거졌다. 4대강 사업 미화 광고가 잇따르는 동안 환경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이 기후변화대책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습지 파괴로 인해 오히려 기후변화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돈 쏟아 붓고 성과 못 낸 자원외교도

‘도전정신’ ‘에너지 자립’ 등으로 홍보

방만경영 공기업 ‘경영평가 1위’선전

해외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서도 성과를 내지 못한 부실 자원외교 역시 정부광고 속에선 ‘도전정신’ ‘에너지 자립’등의 단어로 미화됐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이명박정부 시절28조원, 2002년 이후 총 35조8,000여억원을 투입했지만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특히 한국석유공사는 캐나다 석유개발업체를 인수하면서 5,5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그런데도 2014년 국내 개발 성과만을 앞세워 “1%의 가능성에 날개를 달아, 100%의 성과를 실현해내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광고에 썼다. 이 밖에도 수십조원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으면서도 해마다 성과급 잔치를 벌여 온 공기업들은 ‘공기업고객만족도 1위’ 또는 ‘정부경영평가 1위’등의 수식어를 앞세워 방만경영의 민낯을 가려왔다.

메르스 초기 병원 공개 않더니

국민에 ‘믿음’호소 광고

국민의 ‘믿음’에 호소하는 광고도 눈에 띈다.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 정부는 “메르스, 최고의 백신은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라는 광고를 집행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은 물론 감염 경로가 된 병원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정부가 난데없이 ‘믿음’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산쇠고기 수입 반대 요구가 거세던 2008년 5월엔 “미국에서 수입되는 쇠고기와 미국사람이 먹는 쇠고기는 똑같습니다!”라는 광고가 등장했다. 이 광고에서 정부는 “광우병, 들어올 수도 없고 들어오지도 않습니다”라는 근거 없는 장담을 한 데 이어 “국민의 건강은 정부가 책임지고 확실히 지키겠습니다”라며 역시 국민의 협조와 신뢰를 구하고 있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를 겪고 난 지금 정부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당시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 홍보에 열을 올리던 정부가 아차 싶었는지 뜬금없는 한우 광고를 게재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에스컬레이터에서는 한 줄? 두 줄? 논란도

에스컬레이터, 한 줄로 서야 할까, 두 줄로 서야 할까? 한 때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 운동도 있었다. 바쁜 사람들을 위해서다. 그러나 에스컬레이터가 널리 보급되면서 사고가 빈발하자 2007년 산업자원부는 ‘한 줄 서기가 위험하다’는 내용의 광고를 냈다. 그 후 ‘두 줄 서기가 안전하다’는 광고가 이어지는 동안 한 줄이냐 두 줄이냐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여기에 최근 한 줄 서기가 에스컬레이터 고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실험결과까지 발표되자 국민안전처는 한 줄이나 두 줄 서기는 아예 제외하고 ‘걷거나 뛰지 않기’와 ‘손잡이 잡기’만을 강조하기로 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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